황새 두 마리 잇따라 감전사…황태생태연구원, 야생방사 중단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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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감전사한 황새 ‘태황이’와 이달 1일 감전사한 ‘민황이’가 발견된 곳. 아래 사진은 죽은 민황이.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8월 감전사한 황새 ‘태황이’와 이달 1일 감전사한 ‘민황이’가 발견된 곳. 아래 사진은 죽은 민황이.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한반도 황새 복원사업 외길을 걸어온 박시룡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64)이 황새 야생방사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충남 예산에 방사한 황새 두 마리가 최근 잇따라 전신주에 감전사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 원장은 5일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는 전신주가 많아 전국이 (황새에게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황새를 계속 방사하면 감전사고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부득이 황새 야생방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황새를 방사하는 것은 살생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황새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새생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에 방사한 황새 '민황이'가 이달 1일 오후 2시경 황새공원 앞 광시면 대리마을 전신주에 내려앉으려다 두 날개가 전선에 닿으면서 감전사했다. 박 원장은 "민황이는 전신주에 내려앉을 때 다리와 날개가 두 개 선로에 닿아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황이는 올해 5월 한반도에서 45년 만에 자연부화로 태어난 황새의 어미다.

이에 앞서 8월에는 '태황이'가 광시면 가덕리 농경지 주변에서 감전사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산황이'가 일본 가고시마현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기류의 휩쓸려 죽었다.

박 원장은 "정부와 한국전력 등이 나서 예산 황새공원 주변의 전신주를 땅에 묻거나 전신주 위에 인공 둥지를 설치하는 등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황새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서식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황새 방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는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

박 원장은 1996년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사업을 시작해 2002년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9월 3일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황새공원에 방사했으며, 이 황새들은 수백 km를 이동하며 섭식 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황새생태연구원은 교원대에 황새 100마리와 예산군에 68마리의 황새를 보유하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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