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가 상팔자 됐지만…” 동물화장장 설치 어려워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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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가 상팔자 됐지만…'

폐사한 애완견 등 반려동물이 폐기물에서 가족처럼 장례를 치룰 수 있게 하는 등 위상이 올라갔다. 하지만 덩달아 동물화장장 설치가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동물화장률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박길성)는 동물장묘업체 H사가 광주 광산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동물장묘업 등록사항 변경 미등록 통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H 사는 올 4월 광주 광산구의 한 산업단지 건물에 동물장례식장 영업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반려동물 6만6000마리가 있지만 동물장묘업체는 한곳도 없다. 이후 5월 동물장례식장을 화장장·납골당으로 변경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광산구청이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동물화장장·납골당은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주택, 상가, 공장부지에 설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올 1월부터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이 '동물장묘업은 사람의 장례절차를 다룬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다. 동물화장장은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폐사한 애완동물이 폐기물(순환자원)로 평가돼 공장부지 등에 들어섰다.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현재 전국에 가동되는 동물장묘시설 18곳 대부분은 공장부지에 있다.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장묘시설도 장사(葬事)시설처럼 공장부지가 아닌 산, 들 등 녹지에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업자들은 도심 인근 녹지이며 주택가 인근에 동물화장장 등을 설치하려했다. 주민들은 "혐오·환경오염시설인 동물화장장이 업체들의 욕심대로 주택가 주변에 설치돼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고양·파주시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이런 동물장묘시설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동물장묘시설을 장사(葬事)시설의 각종 법규정과 판례를 토대로 감안해보면 장례식장과 납골당은 도심과 인근에 들어설 개연성도 있지만 화장장이 설치될 가능성은 낮다.

장사(葬事) 시설인 장례식장과 납골당은 사설업체도 운영하지만 화장장은 모두 자치단체가 가동한다. 반면 동물화장장은 시민들의 반발로 자치단체가 운영하기 힘들다. 사설 동물장묘업체들은 도심 인근에 장례식장, 화장장, 납골당을 함께 가동해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동물 장례·화장·납골 비용은 20만원에서 1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동물장묘업이 장사(葬事)시설 규정을 적용받으면 신설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해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 15만 마리가 폐사하는데 2만 마리(13%)가 화장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13만 마리는 쓰레기봉투에 넣어져 버려지거나 불법 매장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이 반려동물 178만 마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폐사한 동물이 불법 매장이 증가할 경우 환경오염 등의 문제 유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폐사한 동물을 모두 화장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장묘시설 50곳이 가동돼야 하고 시설확충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동물애호가는 "동물장묘시설 확충보다 애완동물 등록률 향상과 한해 8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 감소 등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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