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맑은 날 미세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 주말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날씨만 보면 토요일인 23일과 일요일인 24일은 천양지차였다. 23일은 주변이 온통 뿌옇게 보여 미세먼지 탓하는 사람이 많았다. 24일에는 시정(視程)이 6∼20km로 탁 트여 미세먼지가 하루 만에 물러갔다는 환호가 나올 정도였다. 서울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1만여 명이 달렸고 대구에선 시민 생명축제가 열려 4000여 명이 자전거 타기 등 봄날을 즐겼다.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23, 24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상당히 나빴다.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PM10)의 하루 평균 농도가 m³당 81∼1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면 나쁨, 151μg 이상이면 매우 나쁨 판정을 내린다. 23일은 16개 시도 중 13개 시도가 하루 평균 151μg을 넘어 매우 나빴고, 24일에도 8개 시도가 매우 나쁨이었다.

▷입자 지름이 2.5μm 이하로 작은 초미세먼지(PM2.5)가 많으면 주위는 흐릿해진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아 빛의 산란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다. 23일에는 황사가 몰고 온 흙먼지에 안개가 끼어 시정이 나빴다. 24일에는 안개가 가신 데다 습도까지 10%대로 내려가 ‘맑은 황사’가 연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주말에 초미세먼지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일반인의 상식을 깨는 설명이다.

▷평균 300μg의 미세먼지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돼 차량 운행 제한, 조업 단축 등의 조치를 내린다. 서울 강남구는 23일 오후 9시부터 24일 오전 4시까지 300μg을 넘었고 한때 479μg까지 치솟았다. 이 상태에서 1시간 있으면 담배 연기가 가득 찬 방에서 4시간 정도 숨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미세먼지나 담배 연기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서울은 경보가 나올 일이 거의 없다. 환경부가 경보 기준을 적용하는 전국 39개 권역 중 서울은 전체가 1개 권역이다. 서울에 경보가 발령된다면 호흡기 피해자가 상당수 나온 다음일 듯하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야외활동#미세먼지#초미세먼지#호흡기 피해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