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들 살해’ 비정한 엄마, 낙엽은 알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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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연못서 실패하자 아기욕조 빠뜨려… 시신 화장실 욕조로 옮겨 익사 위장
경찰 ‘낙엽 한개’ 발견 집중추궁… 우울증 앓던 30대 “내가 범인” 자백

‘낙엽이 억울한 아이의 죽음을 밝혀주고 싶었나….’

3일 오전 11시 반 전남 장성군의 한 단독주택 정원. 박모 씨(39·여)가 18개월 된 아들을 3m² 넓이의 연못에 던졌다. 흰색 내복만 입은 채 차가운 물에 닿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수심이 32cm에 불과한 연못을 힘겹게 기어 나왔다. 연못에는 주변 참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많았다. 기어 나온 아이 옷에는 젖은 낙엽이 잔뜩 붙었다.

박 씨는 연못 앞에서 울고 있는 아들을 다시 집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흙탕물이 묻은 내복을 벗기자 화장실 바닥에 낙엽이 떨어졌다. 이어 유아용 욕조에 아들을 넣고 목욕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는 아들의 얼굴을 물속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잠시 뒤 버둥거리던 작은 몸이 축 늘어졌다.

박 씨는 숨진 아들의 시신을 큰 욕조로 옮겼다. 이후 바닥에 있던 흙탕물이 묻은 내복과 낙엽들을 주워 변기 옆 쓰레기봉투에 넣고 묶었다. 박 씨가 내복과 낙엽을 쓰레기봉투에 넣은 건 범행 은폐를 위한 것인지, 겁을 먹고 정신이 없어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바닥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찢어진 낙엽 한 개가 남았다.

이어 박 씨는 남편(47)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박 씨의 남동생(35)이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며 “아이가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다 빠져죽었다”고 누나에게 들은 대로 신고했다. 박 씨는 지난달부터 범행 장소인 친정집에 머물고 있었다.

박 씨는 출동한 전남 장성경찰서 형사들에게 “아들이 욕조에서 숨졌다”고 진술했다. 형사들은 집을 수색하다 마른 낙엽이 있어야 할 연못 가장자리에 젖은 낙엽이 널려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장실 바닥에서도 떨어진 낙엽을 찾아낸 형사들은 ‘아이가 연못에 빠졌다가 옮겨지면서 연못 가장자리에 젖은 낙엽이 떨어졌고, 아이는 다시 욕조로 옮겨진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단순 익사사고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형사들은 3일 오후 6시경 경찰서에서 박 씨에게 화장실 바닥에 낙엽이 떨어져 있던 이유를 물었다. 박 씨는 고개를 떨구며 “우울증으로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었고 (나의 우울증을) 닮을 것이 걱정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쓰레기봉투에서 내복과 낙엽들을 증거로 확보했다. 박 씨는 지난달 광주의 한 아파트 10층 자신의 집에서 아들을 던져 숨지게 하려다 중단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지난해 다니던 학교(교직원)를 그만두고 우울증이 심해져 광주 동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남편의 허리띠로 2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4일 살인 혐의로 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살해#엄마#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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