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의심 돼지, 아무 제지 없이 팔렸다…방역망 ‘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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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돼지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세종에서 강원 철원군 등지로 팔려간 사실이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방역망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발생지역인 세종시 연서면의 한 양돈농장에서 새끼돼지를 구입한 전국 농장 4곳의 돼지를 8일 도살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은 경기 포천과 남양주, 경남 양산, 강원 철원 등에 있다.

강원도의 확인 결과 문제가 된 세종의 농장은 지난달 7일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과 50m 거리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법에 따라 이 농장의 돼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행위는 금지된 상태였다.

이 같은 사실은 철원군 갈말읍의 한 농장이 7일 새 돼지를 들이자마자 구제역 의심신고를 하면서 밝혀졌다. 방역당국은 세종 농장 주인 이모 씨(39)가 7일 오전 새끼돼지를 차량 2대에 실어 보낸 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경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한 점을 들어 고의성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는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가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역당국의 부실한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장 농식품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의 방역망이 뚫린 데다 외부 반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200㎞ 떨어진 강원 철원 등까지 구제역 감염이 의심되는 가축이 별 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 농장의 가축을 운반한 차량은 이동 과정에서 별 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가축을 운반한 두 대의 차량 중 한 대는 가축 운반차량으로 등록되지 않았고, 다른 한 대는 등록 차량이지만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장착이 필수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지 않았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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