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천수만 갯벌, 바닷물 흘려 되살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홍보지구 8100ha 죽음의 땅으로… 충남도, 해수 유통 ‘역간척 프로젝트’ 제안

1991년부터 충남 홍보지구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방조제 안 갯벌(멀리 보이는 쪽)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최근 충남도가 역간척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991년부터 충남 홍보지구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방조제 안 갯벌(멀리 보이는 쪽)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최근 충남도가 역간척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년 전인 1993년 11월 10일. 서울대 자연과학대 김상종 교수(미생물학과)와 류근배 교수(지리학), 당시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일행이 충남 보령시 천북면과 홍성군 서부면 일대 천수만 홍보간척사업지구를 방문했다. 당시 홍보지구어민보상대책위 이신복 위원장이 간척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며 방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어족의 최대 산란지로 꼽히는 천수만에 기존 서산A·B방조제 외에 또 다른 방조제가 만들어지면 해류 차단과 유속 변화로 해수면 상승은 물론이고 수생생물의 먹이가 줄어들어 해양오염과 어획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은 본보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최근 홍보방조제 안 8100ha의 갯벌은 게와 조개, 굴과 김 양식장 등의 수생생물이 멸종되고 해초만 무성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남도가 ‘역간척 프로젝트’를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 “방조제는 역사를 거스르는 일”

충남도의 ‘역간척 프로젝트’는 천수만 일대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이 심화되는 곳에 해수를 유통시켜 갯벌을 살리겠다는 취지. 이 사업의 핵심은 천수만 안쪽 홍보지구 내에서 진행 중인 홍성호와 보령호(홍보지구)다.

홍보지구 사업은 1991년 시작돼 2016년까지 26년간 4833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간척사업. 보령시 오천면과 천북면 사이 방조제가 생기면서 오천면 등 5개 면과 홍성군 광천읍 등 9개 읍면의 갯벌(8100ha 규모)에 방조제와 양수장, 배수갑문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후 바닷물이 오가던 갯벌은 홍성과 보령 양돈단지에서 흘러들어오는 분뇨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방조제 배수갑문을 열어놓고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다.

보령시에 따르면 주변 양돈농가 67곳에서 기르는 가축은 17만 마리로 하루 배출 분뇨만도 848t에 이른다. 홍성군의 양돈 규모도 25만 마리. 옛날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자 어족들의 산란지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 관련 기관, 주민 설득과 합의가 관건

역간척 구상이 나오자 기관단체마다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는 반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측은 “논에 물을 넣어야 하는데 이 방법 말고는 농업용수를 확보할 대체 용수원이 없다”고 밝혔다.

홍보지구를 이대로 두는 것에 대한 회의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즉 식량이 부족했던 때에는 간척사업을 통해 식량자급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주변 산업구조가 농업에서 축산업으로 바뀌었고 간척사업으로 해양오염,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

또 갯벌에 대한 부가가치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것도 역간척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간척사업으로 인한 농지가 경제성 있는지, 갯벌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과 생태계가 부가가치 있는지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령시 청소면 신송리 주민 이모 씨(59)는 “천수만은 생명의 보고이자, 생계수단이었다”며 “그냥 놔두기만 했어도 마을 주민들이 갯벌에서 게도 잡고, 굴도 따고, 조개도 캤을 텐데…”라며 복원을 주장했다. 주민 편모 씨(54)도 “보령 오천과 천북 사이 방조제를 만든 뒤 갯벌에 공업지구, 관광지구를 만든다더니 이제는 필요도 없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조직(농어촌공사)을 유지하기 위한 핑계”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간척사업이 주는 실익을 따져 볼 때 새로운 해양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산업·경제적 관점과 해양관광, 항만의 관점에서 실·국별로 어업 면허부터 방조제까지 각종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천수만 홍보간척사업지구#생태계 파괴#방조제#역간척 프로젝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