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보성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의 장학금 릴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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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새 3명 1000만원씩
날품 팔아 모은 돈 기부

전남 보성에서 노인들의 아름다운 노후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 기부 노인들은 대부분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지역 인재를 길러 달라며 장학금을 내놓고 있어 지역발전에 소중한 씨앗이 되고 있다.

보성군은 12일 70대 노인이 보성군 장학재단을 찾아 장학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부동산은 있지만 손에 쥔 현금이 없어 장학금을 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돈을 기부하면서 “기부를 하고 나니 아픈 몸과 마음이 나은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장학재단 관계자들에게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1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작은 뜻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보성군 복내면 복내리 원봉마을에 사는 문순호 할아버지(85)는 이달 초 복내면사무소에 1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문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날품팔이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자신처럼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장학금을 전달했다. 복내면 주민들은 문 할아버지의 호를 딴 ‘동원 문순호 장학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 유삼순 할머니(76)가 장학금 1000만 원을 보성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유 할머니는 5년간 꼬막잡이 그물을 수선하고 날품을 팔아 1000만 원을 모았다. 유 할머니는 “6남매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며 “자식들이 다 컸으니 내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20일 설립된 보성군 장학재단은 현재 장학금 70억7000만 원을 모았다. 주민, 출향민 200여 명이 장학금을 십시일반 보탰다. 익명의 한 주민은 3억 원을 내놓기도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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