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직후 “꽝” 정전… 물차고 선체 기울자 아수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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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들이 말하는 사고 순간

서양에서 불길한 날로 여겨지는 ‘13일의 금요일’ 오후 10시경. 2시간 반 전에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 항을 떠난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가 토스카나 제도 해상을 미끄러지듯 지나는 동안 승객들은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마술쇼를 관람하며 크루즈여행의 묘미를 만끽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엄청난 소음이 들렸다. 선체가 긁히는 듯한 굉음도 뒤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접시와 포크가 바닥으로 쏟아졌고, 유리잔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어둠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바닥을 기어 다녔다.

미국인 여교사 발레리 아나니아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였다”며 “구출되기까지 4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몸서리쳤다. 선장은 처음에는 안내방송을 통해 “전기 계통의 문제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승객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결국 배를 포기하고 탈출하라는 의미의 경적을 울렸다. 댄서 로절린 링컨 씨는 “탈출 경적이 울린 뒤 대혼란이 시작됐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위쪽을 향해 계속 올라갔다”고 말했다.

선체가 점점 더 기울고 물이 차오르자 승객들은 구명보트를 찾아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풀비오 로치 씨는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이 계단에서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선내 상점 점원인 파비오 코스타 씨는 “공포에 질린 승객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은 차오르는 물을 피하기 위해 밧줄로 임시 사다리를 만들어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구명보트 중 3척은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승무원들은 구명보트로 몰려드는 승객들에게 “여성과 어린이 먼저”를 외쳤지만 일부 남성들은 가족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기다려봐야 구명보트에 오르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승객들은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져 90m가량 떨어진 질리오 섬까지 헤엄쳐 갔다. 승무원들도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뒤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망자 중 1명은 바다에 뛰어들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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