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간부 해외로 불러 향응… 獨방산업체 26억대 로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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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잠수함 계약 관련

세계 2위의 선박, 방위산업 분야 고속 디젤 엔진 제조업체인 독일 토그눔의 자회사 MTU가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8일 토그눔의 의뢰로 MTU의 지출 명세를 조사한 회계 컨설팅법인 언스트앤드영이 ‘MTU가 한국군 관계자들을 아시아 유명 휴양지로 초청하고 골프 장비 등을 선물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그눔은 독일 언론들이 2008년 한국과의 잠수함 계약에 관련된 3건의 비용 지출 162만2592유로(약 26억 원)가 뇌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언스트앤드영에 MTU의 조사를 의뢰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언스트앤드영의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MTU는 한국의 무기 거래 중개인으로 활동한 기업인 정모 씨 소유의 S사 은행계좌와 정 씨 개인 은행 계좌에 2000년부터 올해까지 3990만 유로(약 630억 원)를 지급했다.

MTU와 S사는 MTU 제품 사용법을 설명하는 ‘직무훈련’ 명목으로 한국군 관계자들을 발리, 푸껫 등 아시아 유명 휴양지로 초청했고, 비공식 프로그램을 마련해 방콕 유흥가의 나이트클럽에 한국군 관계자들을 데려갔다. 또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골프장비와 수영장비 등을 선물했다.

보고서 초안에는 MTU와 정 씨의 회사 S가 커미션 수수에 대한 불법적인 이면 계약을 맺었으나 S사가 관련 문건을 국외로 반출해 한국 당국의 조사에서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는 정 씨가 해군 예편 후 1977년부터 MTU에서 일하다 1987년 직접 회사를 차렸으며 1993년 해군 참모총장에게 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뇌물 3억 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향응을 제공받은 한국군 관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 초안 내용에 대한 질문에 권기현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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