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대치동 상인들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금 1등 강남구, 그 많은 세금 어디 썼나”

“세금은 하루만 밀려도 닦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때는 이틀이 지나도록 코빼기도 안 보이는지…. 세금 걷는 건 1등이고 수해 복구는 꼴찌야.”

27일 쏟아진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 사거리 인근 상가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하 혹은 1층에 입주한 상인 대부분이 피해를 봤지만 구청 직원은 현장 점검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것.

상인 김모 씨(58·여)는 28일 오후 가게 바닥을 닦다 말고 걸레를 집어던졌다. 1층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 씨는 침수로 전시된 옷 대부분을 버렸다. 전날 오전 7시부터 가게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임시로 물을 막아줄 모래주머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정전에 단수까지 된 상황. 그는 “수해가 심해 구청직원한테서 전화라도 한 통 올 줄 알았다”며 “견디다 못해 ‘걸레라도 좀 가져다 달라’고 전화해 소리쳤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뭐든지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 믿고 거액을 내고 입주한 강남에서 수해를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

3개월 전 월세 600만 원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린 안우선 씨(44·경기 시흥시)는 전기가 끊겨 1000만 원 상당의 아이스크림이 모조리 녹아버리는 피해를 봤다. 안 씨는 “자가발전기를 어떻게 빌리는지도 전혀 모르는데 구청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지하에서 1322m²(약 400평) 규모의 찜질방을 하는 양경아 씨(50·여)는 분을 참지 못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양 씨 부부는 20년 전 광주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와 10여 년간 시장에서 장사를 해 모은 돈으로 8년 전 찜질방을 차렸다. 지금 이곳은 전체가 침수되고 천장이 내려앉아 전기선이 다 드러난 상황. 그러나 직원 몇몇이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는 것이 수해 복구의 전부였다.

양 씨는 “구청에 도와 달라고 전화했지만 담당이 아니라며 계속 전화를 다른 데로 돌렸다”며 “산간벽지보다 못한 강남구청의 수해 대응에 8년간 쌓은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피해 상인들은 이번 피해가 구청이 하수관로 확장 공사를 빨리 끝내지 않아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저지대라 상습 침수지역인 이 일대는 하수관로 확장 공사가 시급하다. 상인들은 10월 준공 예정인 확장공사를 장마철 이전까지 끝내 달라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일정을 앞당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이날 오후 3시경 또다시 비가 내리자 5분 만에 대치 사거리 도로 가장자리가 침수되는 등 확장이 시급한 상태였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경 대치동의 한 상가 건물 지하 3, 4층 사이에서 이 건물 환경미화원 이모 씨(67·여)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지하 4층 탈의실로 가던 중 정전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지하 4층까지 가득 차 있던 물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한 인턴기자 부산대 법학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