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막은 ‘죽음의 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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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서 3년만에 또 사고… 대학생 MT버스 굴러 32명 사상

교통사고가 잦아 ‘죽음의 도로’로 불리는 곳에서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행정기관이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교통안전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만큼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낮 12시 3분 경남 양산시 어곡동 지방도 1051호선에서 경남 창원 소재 M대 교수와 학생이 탄 관광버스(운전사 임모 씨·41)가 58m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1, 2학년 학생과 교수, 운전사 등 32명의 탑승자 가운데 정모 씨(19)와 차모 씨(21), 이모 씨(19) 등 3명이 숨졌다. 나머지 29명은 중경상을 입고 양산 삼성병원과 양산 부산대병원, 새양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M대 유통학과 소속으로 25일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로 수련모임(MT)을 떠났다가 이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날 사고는 관광버스가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양산시내 방면으로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도중 좌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가드레일을 뚫고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지방도로는 급경사에 S자형으로 굽어 있다. 도로 폭도 왕복 2차로로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곳. 2008년 11월 16일에도 야유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자동차 회사 직원을 태운 통근버스가 추락해 4명이 숨지는 등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6일 사고가 난 장소와 불과 30여 m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2008년 사고 이후에도 이 지방도는 기존 가드레일만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파열 차량이 도로 옆으로 안전하게 세울 수 있는 시설(긴급제동시설)은 갖추지 않았다. 경찰은 26일 발생한 관광버스 추락 사고를 브레이크 파열로 추정하고 있다. 긴급제동시설만 있어도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 지방도 입구에는 ‘15인승 이상 승합차, 높이 2.5m 이상의 차량, 2t 이상의 화물차 통행 제한’이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도로교통관리공단, 양산시 등 4개 기관의 사고 담당자 30여 명은 27일 사고 발생 지점에서 사고 원인과 안전상 문제점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운전자 임 씨와 버스 탑승자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고 차량에 대한 국과수의 정밀감식 결과는 1주일 정도 뒤에 나올 예정이다.

양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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