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릉군민 “군수가 지역발전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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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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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관문인 울릉읍 도동항. 정윤열 군수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울릉도의 관문인 울릉읍 도동항. 정윤열 군수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울릉도가 진짜 중요한 때인데 이게 뭡니까. 벌써 세 번쨉니다, 세 번째….”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에서 택시를 모는 조모 씨(54)는 24일 “군민들이 똘똘 뭉쳐 섬 발전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군수가 또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있다”며 혀를 찼다.

정윤열 울릉군수(68)는 현재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소환돼 사흘째 조사를 받고 있다. 관급공사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업무추진비 변칙 사용,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육지 출장이 아니라 검찰 조사로 군수가 자리를 비우면서 군청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이 중 선거와 관련해 정 군수의 비리가 드러나면 군수를 새로 뽑아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올 6·2지방선거에서 울릉군의 유권자는 9075명. 이 가운데 부재자가 전체 유권자의 14%(1268명)로 당락을 좌우했을 정도다. 정 군수는 이번 선거에서 2595표를 얻어 당선됐으나 2, 3위를 한 후보들은 각각 2374, 2329표를 얻었다. 차이가 200여 표에 불과하다.

검찰은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를 위해 읍면사무소에 신고를 할 경우 기재하는 전화번호를 당시 정 후보 측이 알아내 선거운동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직 군수에 재출마한 상황이어서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선거를 앞두고 실제 울릉군에서는 주민등록을 위장전입한 뒤 부재자 투표만 하고 다시 실제 거주지로 주민등록을 옮긴 13명이 적발돼 선관위가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군수 때문에 울릉도 최대 숙원인 일주도로 공사를 비롯해 ‘녹색섬’ 조성 등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1963년부터 시작한 일주도로 공사는 전체 계획구간(44km) 중에서 4km가량이 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단됐으나 올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와 경북도는 2019년까지 울릉도 전체를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녹색섬으로 가꿀 계획이다.

정 군수도 이런 배경 때문에 선거 공약으로 ‘세계적인 관광휴양 섬’을 울릉도의 미래로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울릉도의 미래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사이에는 “며칠씩 조사를 받는데 ‘없던 일’로 되기는 어려운 상황 아니냐. 그럼 어떻게 되느냐”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한 군의원은 “부재자 투표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 여부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벌써 울릉군 행정이 비틀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울릉군에서는 오창근 전 군수가 건설업자에게서 받은 돈을 공천 부탁을 위해 쓴 혐의로 2006년 구속됐다. 정종태 전 군수는 방파제 공사 업자한테서 수천만 원을 받았다가 2001년 구속됐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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