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컹크 vs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동물원 ‘악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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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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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동물원에서 냄새로 기 싸움을 벌이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왼쪽)와 스컹크. 사진 제공 에버랜드
최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동물원에서 냄새로 기 싸움을 벌이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왼쪽)와 스컹크. 사진 제공 에버랜드
“‘냄새’로 스컹크에 도전하는 게 누구냐?”

최근 경기 용인시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에 때 아닌 ‘냄새 전쟁’이 한창이다. 악취하면 떠오르는 동물인 스컹크와 ‘태양을 숭배하는 원숭이’로 알려진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주인공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시시각각 서로 몸 냄새를 풍기며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 스컹크가 방귀를 뀌며 고무타이어 타는 냄새를 풍긴다면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겨드랑이 ‘암내’와도 같은 톡 쏘는 악취를 몸에서 풍긴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스컹크의 아성에 도전하게 된 것은 지난달 말부터. 서로 다른 품종임에도 비슷한 시기(각각 4월과 5월)에 태어나 ‘야생동물 아기사랑방’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이곳은 태어나자마자 사육사들이 젖을 먹여 기르는 곳이다.

시작은 스컹크부터였다.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방귀를 뀌는 스컹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보자마자 악취를 뿜어댔다. 그러자 원숭이들도 겨드랑이, 손목, 침, 소변 등 4곳의 ‘취선’에서 젤 형태의 분비물을 냈다. 특히 바나나를 먹는 식사 시간엔 서로 못 먹게 하려고 치열하게 냄새를 풍겼다.

그러나 이후 사랑방 선배 격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냄새 ‘양’으로 승부를 냈다. 두 마리가 동시에 냄새를 풍길 때면 스컹크가 괴롭다는 듯 날카로운 송곳니로 원숭이들을 자주 할퀴었다. 참을 수 없을 때는 스컹크가 방바닥에 깔린 수건 밑으로 몸을 숨겨 냄새를 피하곤 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두 마리가 4곳에서 냄새를 뿜어대는 바람에 스컹크가 겁을 낸 것이라고 사육사들이 설명했다.

사랑방을 관리하는 김선진 사육사는 “이들을 관리하다 보면 옷에 냄새가 밸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고 전했다. 다만 에버랜드는 관람객들이 이들의 냄새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랑방이 유리관으로 막혀 있고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게 해 악취는 이들끼리 맡는다는 것. 에버랜드는 곧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몽키밸리’로, 스컹크는 ‘애니멀 원더랜드’로 각각 보낼 계획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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