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시 원도심권개발팀 윤동철 사무관(53)은 12월이
기다려진다. 그가 고향인 경남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 형님 집으로 갈 때 이동수단은 승용차. 교통체증이 생기면 둘러가기도 하지만
육로는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국도 14호선 마산∼고성∼통영을 거쳐 가는 길뿐이다.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관광시즌이나
여름 피서철에는 4∼5시간 넘게 걸릴 때도 많다.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단축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움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2
맞벌이를 하는 옥현영 씨(45)와 남편 김기민 씨(45)는 주말부부. 거제도에 있는 모 조선소 엔지니어인 김 씨는 부산에
살림집을 두고 거제에 전셋집을 얻어 생활한다. 옥 씨가 운전을 못해 자신이 주말마다 부산으로 이동한다. 거제에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 거제 장목항에서 진해 용원항, 장승포항에서 부산 중앙동 연안여객터미널로 가는 배편과 육로가 그 것. 카페리호에
승용차를 싣는 바닷길은 40∼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출항시간 제한과 운행편이 많지 않아 불편하다. 배삯도 만만찮다.
거가대교 준공과 함께 부산∼거제 출퇴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거가대교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1만 원 내외. 시간과 연료비
절약, 주변의 빼어난 경관 등 무형의 경제효과까지 따진다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평가다. 거제지역 관광과 부동산 거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는 게 업계 분석.
창원-서울 2시간 반 !
#1 경남도청 국책사업과 박충규 사무관(50)은 서울 출장이 잦다. 그는 보통
창원에서 밀양까지 자신의 승용차로 이동(40분 안팎)한 뒤 밀양역에서 KTX로 서울역까지 간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밤늦게 밀양역에 도착해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마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밀양역에서 환승하는 방법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2 서
울 본사(종로구 세종로)에서 경남 창원 대방동 지점에 파견된 강미래 차장(51). 그가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서울로 가면
어떨까? 결론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승용차나 리무진을 타고 창원에서 공항까지 40분 안팎,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탑승 1시간 반 전에 사무실을 나서야 한다. 창원터널이나 김해공항 주변에서 체증이 생기면 다음 비행기로 예약을
바꾸기 일쑤. 박 사무관과 강 차장은 올해 말부터 경남도청 바로 뒤 KTX 북창원역에서 편안하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구 108만 명, 전국 최대규모 기초자치단체로 다시 태어나는 ‘통합 창원시’를 포함한 중부경남은 그동안 ‘교통
오지(奧地)’였다. ‘서울 가는 길’은 전국에서 제일 힘들다는 불평도 있었다. 그러나 KTX 연장운행으로 주민 생활에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을 아우르는 동남권 교통망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남해안시대를 맞아 수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지역 철도와 경전철, 고속도로, 연륙교, 도심도로 등 대규모 공사들이 속속 마무리된다. 이 지역 교통망 변화 현장을 1, 2로 나눠 소개한다.
○ 경남
KTX 운행이 창원, 마산까지 연장된다. 교통사정이 좋지 않았던 중부경남지역 주민의 생활에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통합 ‘창원시’ 주변도로도 시원하게 뚫린다. 창원시내 교통을 분산할 국도 25호선 대체우회도로는 윤곽이 드러났다. 창원터널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풀어줄 김해∼창원 제2창원터널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구간은 완공 시기가 6개월 앞당겨진다.
남해고속도로 마산∼진주 확포장 공사는 내년 말 끝난다. 마창진 도시철도 건설사업은 2013년 착공 예정이다. 1조3000억 원이 투입될 마산∼부전 복선전철 건설(민자사업)도 곧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이 시작된다. 이순신대교도 구상을 넘어 실행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 부산
배산임해(背山臨海) 지형으로 기존 부산항 중심의 도심 개발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시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부산시가 광역도로망 구축사업에 나섰다.
바다에는 교량을, 땅에는 새 도로를 건설한다. 올해는 부산∼거제 연결도로(거가대교)가 완공돼 양 지역을 동일 경제 및 문화권으로 묶는다.
기존 140km의 통행거리가 60km로 무려 80km나 줄어들고 시간도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1시간20분이나 단축된다. 2020년까지는 내·외부순환도로, 항만배후도로가 종횡으로 얽혀 디지털도로망을 구축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와 철도, 경전철이 울산∼동부산∼도심∼서부산∼경남권을 하나로 엮어 균형개발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 울산
울산도 11월부터 고속철도 시대를 맞는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가 11월 완공되고 KTX 울산역이 문을 연다. 울산역에서 서울역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소요 시간이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 울산시는 KTX 개통에 맞춰 KTX 울산역 주변 ‘영남알프스’를 산악관광지로 본격 개발한다. 언양과 봉계 불고기단지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등 ‘KTX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포항, 울산∼함양 고속도로가 각각 2013년과 2015년 개통된다. 울산을 중심으로 동서와 남북 간 사통팔달 교통망이 갖춰지는 셈. 박맹우 울산시장은 “KTX 울산역이 개통되고 울산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개설되면 울산은 문화와 관광을 겸한 ‘산업수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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