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TM도 ‘카드복제’ 안심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판독기-카메라 몰래 부착… 카드정보-비밀번호 빼내
10여명 4500만원 피해

튀어나온 카드 투입부 의심을 시중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에서 카드 정보를 알아내 돈을 빼가는 신종 사건이 발생했다. 왼쪽은 자동화기기에 ‘스키머’라고 불리는 카드판독 장치(붉은 점선)를 부착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장치를 부착한 뒤의 모습. 카드 투입부가 약간 돌출돼 있는 정도여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 제공 금융감독원
튀어나온 카드 투입부 의심을 시중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에서 카드 정보를 알아내 돈을 빼가는 신종 사건이 발생했다. 왼쪽은 자동화기기에 ‘스키머’라고 불리는 카드판독 장치(붉은 점선)를 부착하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장치를 부착한 뒤의 모습. 카드 투입부가 약간 돌출돼 있는 정도여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 제공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지점의 자동화기기(CD, ATM)에 카드 판독 장치를 달아 현금 입출금 거래를 한 고객의 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빼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은행 외부에 설치된 현금인출기(CD)에 카드 판독기를 장착하거나 가짜 현금인출기를 설치해 카드 정보를 빼낸 사건은 있었지만, 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카드 정보를 빼낸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의 365코너를 찾아 자동화기기에 카드 판독 장치(일명 스키머)와 휴대용 카메라를 부착했다. 스키머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선에 저장된 정보를 읽은 뒤 이를 복제하는 기기다. 자동화기기 카드 투입 부위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투입부 위에 덧씌울 수 있다. 고객이 카드를 넣으면 스키머를 거쳐 카드 투입구로 들어가며 이때 정보를 읽어낸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시간이 끝난 다음이라 카드판독기가 부착된 것을 은행 직원들도 몰랐다”고 말했다.

판독 장치가 장착된 자동화기기는 카드 투입부가 다소 투박하고 약간 돌출됐다는 느낌이 있을 뿐 본래 기기와 외양이 크게 차이가 없다. 카드를 넣으면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진행돼 고객들은 별 의심 없이 은행 거래를 했다. 범인은 약 10분 후 다시 나타나 카드 판독 장치와 카메라를 떼어낸 뒤 취득한 예금자의 카드 정보와 카메라에 녹화된 비밀번호를 이용해 현금 200만 원을 인출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지난달 29∼30일 서울에서 2건, 이달 3∼4일 부산에서 1건 더 발생했다. 총 4건의 피해자는 모두 10여 명으로 피해금액은 4500만 원에 이른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

금감원은 신고를 받은 뒤 모든 은행들에 사건 내용을 알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로 하여금 자동화기기 앞에 평소의 기기 사진을 부착해 고객들이 카드 판독 장치가 설치됐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며 “카드 투입부가 돌출된 느낌이 있다면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김영주 일반은행서비스국 상시감시팀장은 “비밀번호를 누를 때는 손이나 책으로 가리고 입력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마그네틱 선이 있는 카드는 복제가 쉽기 때문에 카드 전면에 정사각형의 집적회로(IC)칩이 있는 카드로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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