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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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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식의 영리병원 허용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영리병원 문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재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 이사장이 재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까닭은 최근 건보공단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 영리병원이 무한정 허용될 경우 건보공단의 존립 근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공약했다. 당연지정제는 병의원을 개설할 때 자동적으로 건보공단과 계약이 체결돼 건보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국내 건강보험제도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보험업계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민영보험을 허용하고 건보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취임 6개월을 앞둔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입을 열었다.
―건보공단을 향한 공격이 거세다. 수장으로서 견해를 밝혀 달라.
“정부의 사회정책은 경제정책과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의료산업화에는 찬성하지만 당연지정제의 틀을 깨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공공성이 보장돼야 하며 때로는 ‘큰 정부의 규제’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이 가장 좋은 제도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내가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가족이 병원에 못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몇천 원만 있으면 병원에 갈 수 있는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다. 자본주의 메카인 미국에서도 전 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경만호 의협 회장 당선인의 당연지정제 비판이 거세던데….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제도는 조금만 설계를 잘못해도 정권을 좌우하는 큰 사안이다. 그런 사안을 의협 회장 당선인이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그에게 공부 좀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민영보험사가 건보공단의 개인질병 정보를 공유하자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인질병 정보를 요청하는 취지가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지금도 검찰 경찰 합동조사단 같은 데서 사기혐의가 짙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 굳이 법 개정을 할 사안이 아니다. 현행 개인정보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는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료를 사상 처음으로 동결했다. 건보재정은 문제없나.
“재정 상황을 월별, 분기별로 면밀히 보고 있다. 보험료 징수에 문제가 있는지, 어디서 재정누수가 생기는지를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6월 정도가 되면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가.
“돈이 모자라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건강증진부담금을 정부로부터 모두 받고, 정 안 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불필요한 비용부터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관리비는 전체 재정의 3%까지 줄인 상태다.”
―건보공단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공단에 대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바로 나다. 당시에는 건보공단이 방만하고 파업만 잘 하는 오합지졸 조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구조조정도 여러 차례 단행해 최근 몇 년 새 44.3%의 인력을 줄였다.”
―이사장은 정보통, 대북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건보공단 이사장으로서 적임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왜 건보공단 이사장 공모에 응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정치를 하면서 보건복지영역이야말로 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란 걸 느꼈다. 요즘은 정보 쪽 일을 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한때 휴대전화가 15개였지만 지금 3개로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사회보험을 책임지는 건보공단 이사장으로서의 일만 생각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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