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가슴에 대못박은 노무현 전 대통령

  • 입력 2009년 4월 9일 17시 00분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가슴에 대못박은 노무현 전 대통령'. 김순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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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돈에 얽힌 사실이 매일 새롭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조카사위한테 500만 달러를 송금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이 나온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엊그제 또 "박 회장의 돈을 집(권양숙 여사)에서 받아썼다"고 고백을 해서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또 알고 보니 이 돈은 2005년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 박 회장이 "대통령한테 전해 달라"면서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엄청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셈입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어제 밤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내용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도덕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 책임은 없을 수도 있다는 복선이 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복잡한 화법이 처음은 아닙니다.

취임한지 얼마 안 돼서 '우희정'이라고 불리던 측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서 밝혀졌습니다.

기업에서 2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는 것입니다.

그때도 노 전 대통령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측근을 옹호했습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기억하십니까.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내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보다 더 받았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 나겠다"고 했습니다.

10분의 1보다 적으면 문제가 안 된다고 믿는 희한한 사고방식이지요.

그런데 수사결과 한나라당은 823억원 노무현 캠프는 119억원, 즉 10분의 1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때 노 전 대통령은 "돈의 성격에 있어서 약간의 논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돈의 성격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 않다는, 즉 지금과 똑같은 논리를 편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돈에 얽힌 문제는 아마도 또 그렇게 굴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국민의 가슴에는 시퍼렇게 피멍이 들겠지요.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했기에,

자기편이 아니면 반(反)민주·반개혁·반진보적인 것처럼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기에,

오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참담하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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