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고 매너좋은 매력男’ 차 타면 살인마로 돌변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긴장감 도는 시신 발굴 현장 경찰이 30일 경기 화성시 비봉 나들목 인근에서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에게 희생된 노래방 도우미 배모 씨의 시신을 발굴하고 있다. 화성=홍진환 기자
긴장감 도는 시신 발굴 현장 경찰이 30일 경기 화성시 비봉 나들목 인근에서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에게 희생된 노래방 도우미 배모 씨의 시신을 발굴하고 있다. 화성=홍진환 기자
강호순 씨는 ‘강호양봉 대표 강호순’(위)과 ‘강호축산 대표 강호’(아래)라는 두 개의 명함을 썼다.
강호순 씨는 ‘강호양봉 대표 강호순’(위)과 ‘강호축산 대표 강호’(아래)라는 두 개의 명함을 썼다.
고급차에 현금 두둑… 명함 돌리며 사장님 행세

“여자 많이 따른다” 자랑… 욕구해소 대상 삼아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39) 씨가 7명의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후 살해하는 과정에서 돈 많은 사업가 행세를 했으며 자신의 꽃미남형 외모를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은 강 씨의 외모와 재력가 행세에 속아 강 씨 차에 올라탄 후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하는 강 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강 씨, 사장 직함의 명함으로 여성들 속여=경찰은 강 씨가 사업가 행세를 하며 여성들의 경계심을 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 씨는 주위 여성들에게 돈 많은 사장인 것처럼 보이는 등 특유의 접근 수법으로 여성들을 유인했다.

강 씨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강 씨는 자신의 직업을 경찰에 진술한 것처럼 ‘마사지사’라고 밝히기보다 주로 축산업체, 양봉업체 사장이라고 밝히고 다녔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강 씨의 명함에는 각각 직업이 ‘강호축산 대표 강호’, ‘강호양봉 대표 강호순’이라고 적혀 있다. 강 씨는 주로 이 명함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강 씨 소유 점포 인근 노래방 주인 이모(53) 씨는 “강 씨의 직업은 마사지사가 아닌 것으로 알았다”며 “강 씨는 내게 ‘강호축산 대표’, ‘강호양봉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재력가 행사를 하기 위해 평소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또한 검거 당시 지갑 속에 현금, 수표 등 총 450여만 원을 지니고 있었을 정도로 항상 현금을 두둑이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를 만난 여성 중 일부는 ‘2차로 한잔 하자’는 그의 제안을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일단 여성들이 차에 타면 강 씨는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고 여성을 유혹하다 실패하면 강제로 성폭행을 했다. 이후 강 씨는 여성들의 신고가 두려워 스타킹,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옷을 벗겨 암매장했다.

▽‘매력적인 예쁜 남자’=그의 잘생긴 외모도 여성들의 경각심을 푸는 데 한몫했다.

강 씨 자택 인근 주민은 그의 얼굴이 하얗고 곱상하며 쌍꺼풀진 커다란 눈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꽃미남형’이라는 것. 강 씨와 자주 만난 주민 A 씨는 “강 씨가 자기한테 여자가 많이 따른다고 자랑했다”며 “내가 봐도 눈에 쌍꺼풀이 진 것이 예쁘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피해 여성들에게 “늦었는데 태워주겠다”, “마음에 드는데 술 한잔 하자” 등 매너 있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강이헌 고려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징 중 하나가 성격은 거칠지만 준수한 외모와 적절한 타이밍에 호의를 베풀 줄 아는 소위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강 씨의 행태와 관련해서는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분석이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거나 결혼생활 동안에도 여러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이성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 씨가 주변에 여성들을 유혹하는 데 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말하고 다녔고 실제로 여성 편력이 있었다”며 “여성을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데다 준수한 외모에 속은 희생양들이 계속 걸려들면서 연쇄범죄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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