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나팔수’ 선배교사처럼 살아야 하나”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 전교조 서울지부가 만든 가정통신문 예시글 논란

“성적 스트레스 학생-부모 몫… 문제의식 가져야”

학력평가 거부 유도 내용… 조합원에 발송 독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23일 실시될 예정인 중학교 1, 2학년 대상 학력평가와 관련해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도록 유도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내도록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부는 16일 조합원들이 가정통신문을 보낼 때 활용하도록 ‘담임편지글 예시글’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학력평가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서울지부는 예시글에서 “160억 원이란 돈을 들여 전국의 학생들이 한날한시에 문제를 풀고 지역과 학교의 성적을 공개하게 되면 시험 경쟁이 전면화된다는 것”이라며 “학교와 학생의 가치는 성적으로 평가되고 그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은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되는 교육 왜곡 현상이 뻔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예시문은 “10월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 사형선고와 같은 해임 징계를 받은 7명의 교사가 한 일은 고민을 학부모에 알리고 법적 근거가 없는 시험인 만큼 학부모단체 주관 체험학습에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역사를 태연하게 왜곡하는 교육 현실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라며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살았던 과거 선배 교사들의 참담한 삶을, 내가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자괴감에 하루가 한 달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적었다.

서울지부는 끝으로 “아이와 충분히 의논해 (학력평가) 응시 여부를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 편지와 가정의 선택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경쟁지상주의 교육에 자그마한 물결이 되고 (학생에게) 교육의 자기결정권 권리가 있음을 당국이 깨닫길 바란다”고 적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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