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리’역할 해줄게 (O)
형제자매가 아예 없거나 기껏해야 한 명 정도밖에 없는 요즘 아이들 중에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기’를 못하는 아이가 많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자기 것을 나누면서 사귀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것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고 공부에도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학습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에게 부모가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잘 지내!” 같은 두루뭉술한 충고만 하거나 “너는 왜 자신 있게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니?” 하며 야단만 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첫째, 부모는 친구를 잘 사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해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은 외로워하고 초조해한다. 이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친구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래. 네가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께 인정받으면 친구들도 너를 좋아하게 돼”, “곧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거야”라고 하면 아이는 자신의 힘든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게 된다.
둘째, 사귀고 싶은 친구를 초대해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자.
아이의 기를 살려준다고 반 친구를 모두 초대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명의 친구를 초대하기보다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거나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친구 한두 명만 초대하는 것이 좋다. 여러 명을 초대하면 오히려 아이가 그 무리에서 소외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 때는 컴퓨터 게임보다는 보드게임처럼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놀잇감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셋째, 평소 친구들과 나누어 쓸 수 있는 학용품과 물건을 여유 있게 준비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필, 지우개, 자 등의 학용품과 준비물을 필요한 친구에게 빌려주면 친구도 호감을 갖게 되다. 단, 물건을 빌려줄 때는 친절하고 기분 좋게 빌려주고 빌려준 물건은 반드시 되돌려 받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친구가 빌려간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잃어버린 경우 집요하게 배상을 요구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괜찮아, 다음번에는 그러지 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그래야 ‘준비물을 쉽게 빌려주는 함부로 해도 되는 친구’보다는 ‘친절하고 정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넷째, 한꺼번에 여러 아이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한두 명의 가까운 친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그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그 친구와 무엇을 하면서 놀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지 등을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낼 수 있다.
다섯째,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연습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을 때는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거나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를 피해서 말을 거는 것이 좋다. 친구에게 도움을 받은 후에는 꼭 “고마워”라고 하면서 친구의 좋은 점을 칭찬해 주면 더 친해질 수 있다.
아이의 성격에 따라 말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기술을 반복해서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아침에 학교에서 제일 먼저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하거나, 빌려간 연필을 안 주는 친구에게 돌려달라고 하는 등의 상황을 설정하고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친구의 역할을 바꿔가면서 해보는 것도 좋다.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칠 때 아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부모와 아이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호의를 베풀고 친절하게 대해줘도 이를 이용만 하는 친구도 있고, 진심으로 사과해도 절교를 선언하는 친구도 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아이의 상처에 귀 기울이고 다독여 줘야 한다.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은 “어른인 부모도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이 있고 자기 마음 같지 않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말해 주면 아이는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