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국산차, 세계를 알아야 시장이 열린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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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너무 약해서 사막지역을 운행하기 어렵습니다.”(이집트 딜러)

“시베리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어요.”(러시아 딜러)

“천장이 낮아서 터번을 쓰고 타기 힘들거든요.”(사우디아라비아 딜러)

한국산 자동차는 190여 개국에 수출된다. 진출한 나라가 많은 만큼 생각할 일도 많아졌다.

한국 자동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의 글로벌 경영이 속도를 더하면서 현지화 전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현대차 ‘쌍트로’ 印 현지화 성공모델

현대자동차는 인도시장을 대표적인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시장 성공의 일등공신인 ‘쌍트로’는 모델명에서부터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발음만을 골라 만들었다.

쌍트로의 기본 모델은 한국에서 단종된 경차 ‘아토스’인데 전체적인 디자인이 인도의 저가 교통수단인 ‘오토릭샤’와 비슷해 품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디자인을 다듬었다.

인도에 비포장도로가 많은 점을 감안해 차체의 바닥 높이를 올렸다. 집중호우로 침수가 잦아 차체 바닥에 있던 전자제어장치 위치도 엔진룸 위쪽으로 바꿨다.

GM대우자동차도 국가별 편의장치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차에는 대형 컵꽂이를 넣는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빅 사이즈’ 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은 기온이 높아 에어컨 용량을 늘렸고, 엔진과열로 인한 화재나 타이어 파열 우려 때문에 소화기와 타이어 공기압 측정기를 넣어 수출한다.

캐나다 등 기온이 낮은 지역에는 아침에 시동이 잘 걸리도록 전기로 엔진을 데우는 히터를 부착했다. 안개가 잦은 영국은 후방 안개등을, 콜롬비아 등 고산지역에는 부족한 산소량에 맞는 엔진제어컴퓨터를, 고속 주행이 많은 유럽에는 스프링이 대폭 강화된 서스펜션(현가장치)을 각각 적용했다.

○ 글로벌 인재 양성이 열쇠

수많은 국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부품 조달과 연구개발을 진행하려면 종합적인 능력을 갖추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 가능한 인재의 육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현대차는 북미와 유럽, 중국, 러시아 등 21개국에 300여 명의 해외 주재원을 파견한다. 이들은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국가별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을 받고 지역의 전문가로 양성된다. 해외 유명 대학의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2002년부터 명문대학에서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연구원들도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으로 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150명의 연구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모기업인 상하이자동차의 영국과 중국 연구소와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글로벌 품질수준을 확보할 계획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해외공장-연구개발센터 상승 효과”▼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경영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겁니다.”

김동진(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해 인도2공장 가동과 체코공장 착공 등으로 글로벌 생산과 판매 거점 확보가 성숙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 독일 인도 터키 등 세계 주요 거점에 구축한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센터들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기 시작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그는 “글로벌 생산과 연구 거점이 늘어나면 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마련”이라며 “증가하는 위험 요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글로벌 시스템 안정화와 인재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보다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기업의 경영 형태나 상황에 따라 인재에 대한 기준은 달라지기도 한다”며 “현대차가 바라는 인재는 도전과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상호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 “세계 각지 부품공장-물류거점 마련”▼

“글로벌 인재는 회사의 생존과 직결돼 있습니다.”

한규환(사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은 “올 한 해 투자액 6750억 원 중 52%를 해외투자비로 책정했다”며 “환율과 유가, 자원민족주의 등 경영 악조건이 산적한 요즘에는 글로벌 경영을 뒷받침할 글로벌 인재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1999년부터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각지에 부품공장을 지속적으로 설립하고 상하이 등 세계 물류의 중심지에는 물류거점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미국의 크라이슬러 공장 내에 모듈공장을 세우고 2007년형 지프 랭글러에 들어가는 부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이 같은 글로벌 시스템을 운영할 인재가 가져야 조건은 전문성과 자신감 그리고 창조성”이라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문물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배낭여행과 어학강좌 및 해외 파견 제도 등을 마련해 왔고 올해부터는 글로벌 전문가 과정도 신설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경쟁력 갖춘 경차-소형차 생산 박차”▼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GM대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마이클 그리말디(사진) GM대우 사장은 “GM의 경차와 소형차 개발본부로 지정될 정도로 GM대우는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는 전 임직원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말디 사장은 “앞으로 몇 년간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중국 등 후발국들이 곧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차와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최대한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힘든 시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경차와 소형차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며 “경영진에서부터 생산현장까지 더욱 글로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자동차업체들의 사례를 검토하며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GM의 글로벌 시스템과 연계해 전 직원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머터우 쌍용차 공동대표 “中-英연구소와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

“세계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필립 머터우(사진) 공동대표는 “아시아권이 자동차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까지 주도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뿐만 아니라 구성원까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머터우 대표는 “쌍용차는 상하이차그룹 내에서 기술개발의 핵심지이기 때문에 혁신을 통한 품질경쟁력 확보와 기업 이미지 향상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차그룹 산하 쌍용차연구소와 중국연구소, 영국연구소는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국제적 감각과 창의성 등 자질과 인성을 겸비한 글로벌 스탠더드형 인재도 함께 길러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GM과 이스즈자동차 등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는 머터우 대표는 글로벌 리더의 자격에 대해 “윤리의식 위에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의 기본 원칙을 명확히 설정한 뒤 경영활동을 통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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