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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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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회공헌 위한 존재?
교육의 주 자료가 되는 국내 초중고교의 경제 교과서 내용은 이런 목표 달성에 미흡하다. 우선 어느 경제에나 존재하는 문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 탓으로 돌려 반자본주의적, 반시장 정서를 조장한다. 시장경제가 자원의 희소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해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번영을 선사해 왔다는 찬사는 고사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시키는가 하면, 정부는 언제나 전지전능하고 선한 존재라는 맹신을 심어 준다.
또 인간의 행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당위와 소망’에 기초한 내용이 많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 촉진이 사유재산권을 전제로 하는 경쟁의 본질인데도 불구하고,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항을 경쟁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복지국가에 대한 과도한 열망 때문인지 ‘나누는 방식이 생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로 표현되는 인간성에 대한 설명은 없다. 자신이 노력해 얻은 과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는 방법으로 나눈다면 사람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집단이 생기는 이유와 이들 조직이 어떻게 부를 창출하고 생존하기 위해 경쟁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대부분의 교과서가 기업을 ‘이윤과 손실’ 체제에 입각한 사적 존재라기보다는 사회 공헌이 우선인 공적 존재로 인식시킨다. 이런 내용은 한중일의 국민의식조사에서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사실에 대해 한국인이 가장 부정적이고 중국인이 가장 긍정적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교과서가 경제 원리를 터득할 수 있게끔 편찬돼 있지 않은 사실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용역 의뢰해 발표한 ‘한국 경제 및 기업에 대한 초중등교원 인식’ 조사에서 ‘실생활과 괴리된 이론 위주의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잘 보여 준다.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고 이론이 없으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론 교육은 꼭 필요하다. 실생활과 괴리됐다는 말은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원리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반면에 동아일보 22일자 B9면(청소년 경제)은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실생활과 결부된 이론교육을
수연이가 6년 동안 열심히 저축해서 모은 100만 원을 엄마가 할머니댁 화장실 수리 비용으로 쓰기 위해 가져간 이후 수연이가 저축에 흥미를 잃었다는 얘기다. 가정에서 모녀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사유재산권이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생활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경제 원리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과 모든 인간행동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그래서 다양한 가치와 선호를 가진 수많은 개인이 살아가는 사회는 함부로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터득하는 겸손한 시민으로 육성할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은 한번 형성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 국민이 밥을 굶고 나라의 간판을 내린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을 목격하고서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 좌파 지식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청소년기에 경제 원리에 충실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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