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말짱’으로 키우기]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윤채현의 말하기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내가 발명한 것’을 주제로 발표 연습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윤채현의 말하기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내가 발명한 것’을 주제로 발표 연습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자, 자신이 생각한 발명품에 대해 한 명씩 이야기해 보세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윤채현의 말하기 교실’에서는 초등 2∼5학년 학생들이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각자의 발명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책과 위치 추적기를 합쳐서 책을 잃어버렸을 때 빨리 찾을 수 있게 만들었어.”

서울 남성초등학교 4학년 이준화(10) 군은 선생님이 비디오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끝냈다.

이 군은 “낯선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해서 3개월 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이 경쟁력이다=학교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 비중이 늘어나고 대학 입시에서도 면접 구술고사가 중요해지면서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노명완(국어교육) 교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정보를 분석 종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공부는 머릿속에서 ‘지식’을 다루는 일이므로 말을 잘하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노 교수는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그룹별로 토론, 발표 수업을 해 논리적 말하기 능력을 키워 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말을 잘하면 선생님께 칭찬 받을 기회가 많아 학교 공부에 자신감을 갖는 효과도 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4학년 안원준(10) 군은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한 뒤에 국어, 사회 과목을 비롯해 학교 성적이 상당히 올랐다.

▽아이 말에 즐겁게 반응하라=유아기에는 부모가 아이의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고 짧은 단어에도 반드시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 이원영(유아교육) 교수는 “아이가 ‘말하기는 재미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엄마가 관심을 갖고 들어주면 아이는 신나서 더 열심히 말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사과 맛있다”라고 혼잣말을 해도 엄마는 “그래, 사과가 참 달고 맛있지?”라고 즐겁게 맞장구를 쳐주라는 것. 그렇다고 말을 강요하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이 교수는 “말을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아기에는 생각하는 능력을 먼저 키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하늘은 왜 파래?”라고 물으면 “정말 파랗네. 그런데 하늘은 언제나 파랗기만 할까?”라고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아이를 칭찬하라=초등학생은 자녀의 성향에 따라 교육방법이 다르다. 다른 사람 앞에 서기를 부끄러워하는 아이에게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나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아나운서 출신의 윤채현 원장은 “강제로 시키지 말고 ‘네가 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면 정말 멋있겠다’ 정도로 권하라”며 “아이가 말한 뒤에는 ‘목소리가 참 크고 씩씩했다’는 식으로 구체적 칭찬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발을 사야 하는데…”하는 식으로 웅얼웅얼 말하는 버릇이 있는 아이에게는 “다음에는 ‘엄마, 저 신발 사주세요’라고 정확히 말해 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알려 주라는 것.

▽표현력도 기를 수 있다=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남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하면 사고력도 점차 향상된다.

이정숙 스피치 컨설턴트는 “그날 있었던 일 중 한 가지만 6하 원칙에 맞춰 말하도록 해 보라”며 “아이가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얘기하면 조리 있는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단답형 질문보다는 “오늘 친구들은 왜 싸웠고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라는 복합적인 질문이 좋다.

고학년이 되면 토론을 통해 내 생각을 전달하고 남의 얘기를 듣는 연습을 한다. 풍부한 독서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씨는 “아는 것이 없고 생각의 깊이가 얕으면 결국 말을 잘할 수 없다”며 “독서를 통해 주인공의 생각, 입장, 행동의 이유 등을 곰곰이 따져보면서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