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클리닉]고교생/‘발견’vs‘발명’중 타당한 표현은?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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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생 논술 주제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매일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자가 ‘과학적 법칙을 발명한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과학적 법칙을 발견한다’고 할 때도 있다. 과학자가 없더라도 과학적인 지식은 존재한다는 입장에서는 ‘발견’, 과학자의 재능을 존중하는 입장에서는 ‘발명’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표현이 타당한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이명수 강원 강릉고 2학년

①우리 사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하는 데에는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②연구의 연구를 거듭하여 오차를 줄이고, 오차를 줄여서 결국에는 새로운 과학 법칙을 발명한다. ③여기서 ‘과학 법칙을 발명한다’와 ‘과학 법칙을 발견한다’로 새로운 사실 도출의 의미를 표현한다.

④나는 새로운 사실을 도출하는 것에 대해 ‘발명한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발명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학 법칙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학 법칙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법칙을 조금 변형하여서 존재하던 것을 발견했다고 몇몇 사람들은 주장하지만 변형한 것 자체가 발명이다. ⑤예를 들면, 녹말 이쑤시개는 기존의 나무 이쑤시개에서 재료를 녹말로 바꿨을 뿐이다. 이것은 발견이 아니라 발상을 전환한, 특허를 받은 발명품이다. 또, 횡단보도에 있는 초록 불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표시등도 기존의 신호등에서 덧붙여진 것이다. ⑥이처럼 기존 과학적 사실에 하나를 바꾸거나 하나를 더하거나 하나를 빼서 어떠한 오류 없는 새로운 사실이 도출되었다면 그것은 발명이다.

반면에 발견이라 함은 기존에 있던 것을 제일 먼저 찾는 것이다. ⑦과학적 지식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에 의한 창조의 결과이다. 황우석 교수가 배아줄기 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을 매스컴에서는 ‘시대의 혁신적인 발견’이라 보도했다.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한다는 사실은 기존에 존재했지만 배양하는 방법은 처음으로 발명한 것이다. ⑧사람들은 ‘발견’이란 단어에 더 익숙해서 ‘발명’이란 단어에 어색해 한다. ⑨하지만 의미상으로 ‘발명’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

■ 첨삭지도

①논제는 과학적 법칙의 ‘발견’과 ‘발명’이다. 과학적 법칙을 찾으려는 과학자의 노력을 도입부로 삼는 것이 좋다.

②과학적 법칙의 탐구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연구’와 ‘오차’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과학적 법칙은 개별적 사실들을 일반화하는 것이다.

③‘새로운 사실 도출의 의미를 표현한다’의 의미 전달이 정확하지 않다. 명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④논술에서는 인칭대명사를 삼가는 것이 기본이다. ‘나는…생각한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⑤녹말 이쑤시개, 표시등은 발명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들은 실생활을 위한 발명품이지, 과학 이론이나 법칙에 대한 예가 아니다. 논제와 부합하는 적절한 서술이 필요하다.

⑥새로운 과학 법칙을 만드는 과정을 서술함으로써 논술문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법칙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이론이 법칙의 자격을 얻는다.

⑦논리 전개상 모순이 있다. ‘기존에 있던 법칙을 조금 변형하여서…’라는 앞선 주장과 상충된다.

⑧‘발명왕 에디슨’ ‘발명품’이라는 단어에서 볼 때 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설득력을 얻으려면 적절한 논거 제시가 필요하다. 논술에서 막연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⑨‘과학적 법칙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부실해 아쉬움을 준다.

■ 총평 - 자기주장 펼칠 땐 설득력있는 논거 제시 필수

논술에는 출제자의 출제 의도가 있다. 이번 논제의 의도는 고교생 수준에서 과학적 법칙(scientific law)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은 자연을 탐구 대상으로 삼으며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법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과학은 크게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으로 나눌 수 있다. 순수과학은 과학적 원리나 이론을 다루는 반면, 응용과학은 순수과학을 활용해 인류에게 유용하거나 또 다른 과학 발전을 위한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학문이다.

이 글의 논제는 이때의 법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이론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 논술문은 논제의 핵심에서 다소 벗어나 응용적 차원의 과학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과학적 법칙이란 ‘발명’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글 전체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법칙이란 무엇인가라는 점이 잘 나타나 있지 못하다. 이는 ‘발명’과 ‘발견’이라는 단어상의 의미에 집착한 나머지 논점을 간과한 결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논거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논거를 찾아 정리한 뒤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생각 넓히기

과학적 법칙은 사실, 개념, 일반화로 구성된 지식의 구조에서 최상위 단계에 속한다. 물체의 낙하 현상, 물질의 화학적 성질, 생명 현상, 지각 변동 등 개별 사실들에서 얻은 개념들의 조합에 의해 생성되는 법칙이 객관적이고 절대적인지, 아니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지를 생각해 본다.

생명체가 자손을 번식시키고, 지구의 환경이 변하며, 힘을 받은 물체의 운동이 변한다는 낱개의 사실들은 객관적이다. 그러나 ‘자유낙하’라는 동일한 현상을 두고 뉴턴 이전의 운동관과 뉴턴의 운동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해석이 모두 달랐다. 이는 과학적 지식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다.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의 분석은 분석가의 관점에 따라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인체 내 물의 작용이라는 동일한 현상을 두고 마이크로미터(μm) 시대의 인식과 나노미터(nm) 시대의 인식은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참고로 이번 논제를 대입에서 출제했던 서울대는 답안지 채점 지침에서 ‘발명’이라고 답한 수험생의 평균 점수를 ‘발견’이라고 답한 학생보다 높게 주도록 했다.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원을 넓혀 사고하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10월25일) 주제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준화 찬성론자들은 학생들의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고 교육 여건 개선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선택권을 허용하지 않고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함으로써 오히려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하시오.

○고교생은 9월 2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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