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배설물 폭탄’ 막아라…축사주변에 ‘防空 그물망’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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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방역 비상이 걸렸다. 13일 대전시내의 한 병아리 부화장에서 종업원이 건강하지 못한 병아리를 솎아 내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조류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방역 비상이 걸렸다. 13일 대전시내의 한 병아리 부화장에서 종업원이 건강하지 못한 병아리를 솎아 내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국내의 닭과 오리 사육농가와 판매상,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14일 조류독감 발생 예보를 발령할 예정이어서 양계농가는 방역을 서두르고 있다. 철새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는 행사 규모를 축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악몽 되풀이될까 걱정=13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남면 봉양리의 양계농가는 소독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외부인은 마을을 출입할 수 있지만 축사 접근은 막았다.

이 마을을 포함해 천안과 아산에서는 2003년 12월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140만 마리의 닭을 죽여서 땅에 묻었다.

이장 신백선(40) 씨는 “주민들이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연일 한숨뿐이에요. 지난해 그냥 넘어가 이제 막 재기를 꿈꾸고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국내 처음으로 2003년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충북 음성군은 내년 2월까지를 조류독감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대대적으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년 전 조류독감으로 닭 2만5000여 마리를 폐기처분했던 A(58) 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병아리 1만5000여 마리를 들여와 어미 닭으로 키웠는데 다시 조류독감 공포가 몰아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철새 도래지 주변의 양계 및 오리 사육농가는 긴장감이 훨씬 더했다. 철새가 조류독감의 매개체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내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 인근 양계농가는 축사의 문을 꼭꼭 닫아 놓고 철새의 접근을 막기 위한 그물망을 설치했다.

부산 강서구청은 13명으로 구성된 ‘조류독감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내년 2월 말까지 사육농가가 집중된 대저 1, 2동과 강동동 지역에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닭 판매량 급감=국내 최대의 닭고기 도축가공업체인 ㈜하림(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따르면 10일부터 닭고기 판매량이 5% 줄어든 뒤 12일에는 30% 급감했다. 이 회사는 매일 32만 마리의 닭을 도축 가공하고 있다.

하림 홍보실의 김대식 씨는 “닭고기 판매량이 줄어 전처럼 파동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의 한민시장에서 닭고기를 판매하는 이관식(42) 씨는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라도 끓여 먹으면 괜찮지만 왠지 꺼림칙하다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시중의 닭 값은 kg당 2000원에서 1200원으로 떨어졌다.

21일부터 40일간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철새 도래지에서 ‘천수만 철새 기행전’을 열려던 서산시는 고민에 빠졌다.

농림부가 조류독감 유입을 경계하며 일반인의 철새 도래지 출입 자제 및 경고 입간판 설치를 권유했기 때문.

전북 군산시 역시 12월 1일부터 ‘제2회 세계 철새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중인데 탐조 투어 등 행사를 축소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윤식 천수만철새기행위원회 사무차장은 “철새 기행전에 가고 싶은데 혹시라도 조류독감에 걸릴 우려는 없느냐, 행사가 취소되지는 않았느냐는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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