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부금 실태분석]21개대 1000억이상 모금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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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재원 확보를 위한 대학들의 기부금 모금 경쟁이 한창이다. 본보 조사 결과 1995년에 상위 10위권에 속했던 대학 가운데 무려 6개 대학이 지난해 총액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기부금 모금에서 밀리면 대학 경쟁력도 끝”이라는 인식 아래 총장부터 발 벗고 나서 동문과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포항공대 한국항공대 급상승=95년 기부금 모금 총액 순위는 고려대 연세대 한림대 울산대 한양대 건국대 홍익대 경희대 서강대 아주대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도 10위권에 든 대학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 4개 대학뿐이다.

한림대는 95년 3위에서 지난해 21위, 홍익대는 95년 7위에서 지난해 25위로 똑같이 18계단 내려갔다. 한림대와 홍익대의 10년 동안 기부금 총액 순위는 각각 15위, 21위에 머물렀다.

급상승한 대학도 있다. 포항공대는 95년 25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5위로 20계단이나 올라 상위 10위권 대학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성균관대가 95년 18위에서 지난해 4위로 14계단, 인하대는 95년 20위에서 지난해 10위로 1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화여대와 중앙대도 각각 9계단씩 상승했다.

한국항공대는 95년 80위에서 지난해 23위로 무려 57계단이나 올라 가장 상승폭이 큰 대학으로 조사됐다. 한서대는 90위에서 45위로 45계단이나 상승했으며, 호서대도 36계단 뛰어올랐다.

▽10년 동안 기부금 5.2배 증가=사립대 평균 모금액은 95년 17억6184만 원에서 지난해 90억7778만 원으로 5.2배 늘었다.

기부금 모금 상위 10위권 대학은 95년 전체 대학 모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48.4%를 차지했으며, 지난해도 48.4%로 똑같았다. 상위 30위권 대학들은 95년 83.9%에서 지난해 74.0%로 줄어들었다.

사립대 가운데 10년 동안 매년 평균 100억 원 이상 기부금을 모은 대학은 21개였다. 55개 대학은 10년 동안 매년 1억 원도 모금하지 못했다.

▽“총장 교체 이후 한 달 만에 과거 2년치 모금”=서강대는 최근 10년 동안 1106억여 원을 모아 전체 사립대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95년에는 9위였지만 이후 전반적으로 순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서강대는 6월 말 손병두(孫炳斗)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과거 2년치에 해당되는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관계자는 “손 총장이 직접 나서 동문과 학부모, 기업에서 모금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기부금 모금에서 총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중앙대 명지대 경희대 등 기부금 상위권 대학들도 총장이 교체된 이듬해에 기부금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연세대는 송자(宋梓) 전 총장이 92년부터 4년 동안 1500억여 원을 유치해 대학가에선 ‘연세대=기부금’이라는 등식이 나돌 정도였다. 연세대는 총장이 바뀔 때마다 기부금 모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대학이다.

고려대 관계자들은 “개교 100주년을 계기로 기업들의 기부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모금 아이디어 전쟁=총장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 대학은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졸업생을 상대로 한 모금 네트워크 구축은 상위권 대학들의 관심사다. 고려대는 2002년 졸업생 515명에게서 19억 원을 모았으나, 지난해에는 4772명에게서 120억 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들은 기업 홍보를 조건으로 기부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세대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저명한 석학을 초빙해 ‘현대자동차 석좌교수’, ‘LG상남 석좌교수’, ‘포스코 석좌교수’ 등으로 명명한다. 한양대는 건물 이름뿐만 아니라 책걸상, 컴퓨터, 나무 등에 기부자 이름을 붙여 준다. 또 기부자에게 평생교육원 등 학교 내 교육시설의 수강료 면제 혜택을 주는 대학도 많다.

▽어떻게 봐야 하나=사립대들은 기부문화가 선진국처럼 정착돼야 대학교육이 강화된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최운열(崔運烈) 대외협력부총장은 “외국 대학은 동문들이 낸 기부금 비중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업 몫”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이두희(李斗熙) 대외협력처장은 “졸업생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대학도 학문연구 성과 등으로 경쟁력을 길러야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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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동문 모금은 거의 없어▼

서울대는 지난해 578억2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이는 지난해 사립대의 기부금 모금 순위로 치면 6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최근 3년간 서울대 기부금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00년 242억6171만 원을 모금했던 서울대는 2001년 185억7720만 원, 2002년 66억9824만 원 등으로 모금액이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2003년 123억8486만 원, 지난해 578억여 원 등으로 다시 늘었다. 이 액수를 사립대의 기부금 순위와 비교하면 2002년부터 3년간 42위→27위→6위로 비약적인 상승을 했다.

서울대 기부금 증가의 주역은 10대 그룹이었다. 2002년 11.3%에 불과했던 10대 그룹의 기부금 비율이 2003년 63.7%, 지난해 62.5%로 크게 늘었다. 서울대 기부금의 8할 이상을 100대 기업이 내고 있는 것.

개인 기부금의 총액은 늘었지만 그 비율은 2002년 40.8%에서 2003년 16.6%, 지난해 8.6%로 갈수록 줄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기부금 모금액은 총장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총장이 전체 기금의 절반 이상을 모으고 있다”면서 “총장 모금액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부금 모금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동문 모금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립대인 한양대의 경우 동문 모금액이 전체의 44%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는 국내 최고 대학이란 유명세로 인해 불특정 다수 기업에서 기부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예산의 80∼90%가 동문 기금 등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기업 기부금은 10% 정도”라며 “기업체가 마르지 않는 샘물일 수는 없기 때문에 기부금 조성 방법이 체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교육부-사학진흥재단 자료 2500건 과학적 분석▼

본보는 각 대학의 기부금 현황과 변동 사항을 분석하기 위해 국회,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을 통해 2개월 동안 자료를 모았다.

당초 연도별 기부금 총액, 개인과 기업별 기부 현황 등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려 했으나 일부 대학이 공개를 꺼려 사립대의 경우 연도별 기부금을 위주로 분석했다. 일반대와 신학대, 산업대 등 207개 사립대의 자료를 입수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34개 국립대 중 23개 대학의 기업과 개인별 기부 명세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를 대학 측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학은 수치가 회계 방식의 차이로 인해 일부 다르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본보는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각 대학이 교육부 등 외부 기관에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했다. 지난해 사립대의 기부금 명세가 교육부에 제출되지 않아 각 대학이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제출한 2004년도 회계자료 400여 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본보는 어떤 대학이 기부금을 얼마나 모금했으며, 최근 나타난 경향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2500여 건의 자료를 ‘컴퓨터활용보도(CAR)기법’으로 분석해 대학별 총액과 연도별 증감률, 국·사립대 비율 등을 계산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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