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한국의 결혼풍속도]<下>강남 출신 신랑-신부는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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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여·27) 씨는 지난해 가을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0) 씨와 결혼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각각 강남의 K고와 Y고를 나온 전형적인 ‘강남 커플’.

김 씨는 “특별히 연애랄 것도 없이 편하게 만나다 정말 가족이 됐다”며 “동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과 결혼한 경우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여고를 나온 직장인 강모(27) 씨는 “강남에 산다고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역과 문화적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씨도 기왕이면 같은 강남 출신 남자와 만나고 싶어 한다.

본보가 서울시립대 이윤석(李允碩·도시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결혼정보업체 ‘선우’ 회원 9426명(26∼39세)을 분석한 결과 특히 강남 출신일수록 ‘문화동질성’이 중요한 결혼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아니면 ‘글쎄…’=강남 고교 출신 남성의 83.9%는 같은 강남 출신을, 16.1%는 ‘서울 출신’의 배우자를 선호했다.

전체 남성 회원의 40%가량이 서울 여성을 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남 출신 여성도 절반 이상이 서울 출신 배우자를 선호했다.

종교도 마찬가지. 기독교(개신교)를 믿는 강남 출신 남녀의 절반 이상이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를 원했다.

강남 출신으로 불교를 믿는 남성의 28.6%, 여성의 31.3%가 불교 신자 남성을 원해 불교 신자의 동일 종교 선호도도 평균(12.3%, 14%)보다 높았다.

천주교 신자의 경우 강남 남성의 31.4%(평균 23%), 강남 여성의 17.7%(평균 15.1%)가 같은 종교의 배우자를 원했다.

강남 출신끼리 동질성을 느낀다는 말은 반대로 다른 지역 출신과는 이질감을 느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영업자 한모(33) 씨는 2년 전 결혼하며 구입한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아파트를 팔고 성동구 옥수동의 아파트로 옮겼다. 부인이 친정인 압구정동에 자주 가기 때문에 근처로 옮긴 것. 한 씨는 강서구, 부인은 강남구에서 각각 고교를 나왔다.

한 씨는 “연애결혼을 해서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아내를 따라 주말마다 강남에 있는 교회와 친목모임에 다니다 보면 전혀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눈높이’도 높다=강남 출신 남녀가 배우자감으로 생각하는 기준은 상대방의 출신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강남 출신 남성은 여성이 비강남 출신인 경우 교육직과 사무직의 순으로 좋아했지만 강남 출신이라면 사무직을 교육직보다 더 선호했다.

강남 여성도 비강남 출신 남성은 전문직 사무직 순으로 선호했지만 같은 강남 출신일 경우엔 전문직보다 사무직을 더 좋아했다.

배우자의 교육 수준에 대한 눈높이도 강남 출신이 좀 높았다. 강남 남성 중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는 자신과 비슷한 학력을 원하는 경우(23.3%)가 일반 회원(20%)보다 많았다.

비강남 남성에 대한 강남 여성의 선호도를 보면 30.7%는 석사, 8.4%는 박사를 원해 대졸 평균 여성이 찾는 배우자 학력(석사 25.2%, 박사 4.9%)보다 높았다.

‘싱글’인 박모(27·회사원) 씨는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의 남성과 만날 때는 조건을 한두 가지 더 따지는 습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이희길(李凞吉) 소장은 “강남 회원의 경우 다른 지역 출신의 배우자가 가져야 할 ‘조건’에 대해서 더 까다로우며, 결혼을 결정할 때도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미국남자 “이왕이면 돈 잘버는 여자가 좋아”▼

미국에서는 남성보다 수입이 많은 여자가 이상적인 배우자로 꼽혀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배우자로 ‘돈 많이 버는 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사회학과의 메건 스위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인 여성의 경우 연 소득이 1만 달러 올라갈 때마다 그해에 결혼할 확률이 6.8%가 늘어났다. 흑인 여성의 경우는 소득 1만 달러당 결혼할 가능성이 8.2%씩 증가했다.

여성의 소득이 결혼에 미치는 정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의 결혼정보업체인 매치닷컴(www.match.com)은 배우자의 조건으로 ‘얼마 이상 벌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남성의 비율이 2001년 37%에서 2004년에는 51%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여성이 자신보다 돈을 더 잘 버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남자도 줄어드는 분위기. 데이트 알선업체인 트루닷컴(www.true.com)에 따르면 35%의 회원은 본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여성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자신보다 소득이 적은 여성을 원한 남성은 20% 미만이었다.

동아대 박경숙(朴京淑·사회학) 교수는 “결혼을 시장으로 생각할 때 남녀 모두 연봉이나 학력 직업 등의 자원이 높을수록 인기가 많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삼순이’가 실제로 ‘진헌’을 만날 확률은… “1%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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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의 뚱뚱한 제과기술자, 고졸에다 촌스럽기까지 한 ‘김삼순’은 대한민국 노처녀의 대표선수로 링에 올라 사회적 편견과 맞선다.

이런 삼순에게는 이상하게도 멋진 남자의 구애가 끊이지 않는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비슷한 처지의 많은 여성에게 위안과 용기,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김삼순이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라도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

취재팀은 그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결혼 상대자를 찾아봤다.

고졸 출신에 프랑스 제과기술학교로 유학을 다녀오고 어머니와 같이 사는 방앗간 집 셋째 딸. 나이와 신체 특징 역시 드라마와 같다고 전제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제공한 ‘결혼컨설팅리포트’는 삼순이의 점수를 100점 만점에 68.1점으로 매겼다.

컨설팅 결과 김삼순과 가장 잘 어울리고 결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대는 50% 이상이 1972∼74년생. 4년제 수도권 대학을 나온 사람으로 직업은 대기업 사무직이나 중견기업 사무직, 중견기업 기술직 등이 많았다. 연봉은 3268만 원 안팎.

김삼순이 2005년도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할 경우 드라마처럼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1% 미만이라고 커플 매니저들은 입을 모았다.

선우의 이웅진(李雄鎭) 사장은 “‘삼순이 신드롬’은 결국 미혼여성의 대리만족”이라며 “결혼을 중시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신데렐라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양면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박경숙(朴京淑·사회학) 교수는 “현재 한국 20대 여성의 69.3%가 미혼으로 197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많다”며 “같은 계층과 결혼하는 동질성이 여전히 강한데 여성의 눈높이가 높아져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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