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자운영 논갈이 조금만 늦추세요

  • 입력 2005년 5월 1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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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수의 자운영(紫雲英) 사랑이 눈물겹다.

대표적 녹비(綠肥) 작물인 자운영은 친환경적인데다 다양한 가치가 입증돼 전국 파종면적이 6만ha에 이른다.

‘자운영 전도사’인 국립 경상대 농학과 최진용(崔震龍) 교수. 벼와 사료작물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그가 자운영에 천착한 것은 15년 전.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예순을 넘긴 그는 최근 기자에게 “하동 청학동을 다녀오며 자운영이 소리 없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 보랏빛 꽃이 활짝 핀 자운영을 갈아엎는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가 계절의 여왕 5월에 가슴앓이를 하는 사연은 간단하다. 봄에 개화한 자운영을 5월말∼6월초까지 그대로 두면 이익이 큰데도 마구 논갈이를 하는 때문.

최 교수와 경남농업기술원 홍광표(洪光杓) 박사는 자운영 녹비를 이용한 친환경 벼농사 체계에 대해 보고서를 냈다. 자운영 열매가 맺기를 기다렸다가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할 경우 9월에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새싹이 돋아나 월동하는 ‘선순환(善循環)’이 매년 반복된다.

자운영 씨앗은 전량 농약 처리과정을 거친 중국산을 쓴다. 1ha당 종자비용 9만3000원도 만만찮다. 특히 농약 처리로 인해 친환경 쌀을 생산하지 못하는 맹점도 있다.

최 교수는 “논을 일찍 갈아엎는 것은 심리적인 이유 뿐”이라고 분석했다. 옆에서 논갈이가 시작되면 자운영을 그냥 두지 못하고 허겁지겁 경운에 나선다는 것.

그가 농민을 모아 강의하고, 들녘에 나가 설득을 거듭한 덕분일까. 논갈이 시기를 조절하는 농가는 늘어나는 추세다.

최 교수는 편지 말미에 “자운영이 하는 일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안다면, 열매로써 보답하려는 자운영을 마지막 순간에 갈아엎지는 못할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제발 내년부터는 자운영의 ‘절규’를 듣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원로교수의 소망이 내년에는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자운영 꽃말은 ‘그대의 관대한 사랑’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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