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12>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

  • 입력 2005년 5월 8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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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종석 홍익대 교수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성공한 배경에는 우리 부모와 선배들이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룬 업적이 있다”며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 나가려면 청소년 여러분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김종석 홍익대 교수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성공한 배경에는 우리 부모와 선배들이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룬 업적이 있다”며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 나가려면 청소년 여러분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적은 인력과 적은 세금으로 공익 목적을 잘 달성하는 정부가 효율적인 정부입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운용되도록 하려면 정부가 공정한 심판자 역할에 주력해야지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결과의 평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창간 85주년을 맞아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열두 번째 강의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시장경제 강좌의 마지막 강의를 맡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의 강의에서 “시장기능과 정부기능의 장점을 조화시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시장경제 성공의 비밀은 ‘보이지 않는 손’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國富論)에서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好意) 때문에 우리가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각 개인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인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데 시장경제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다. 시장경제는 계획경제와 달리 아무도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이유는 사익 추구 행위가 결과적으로 공익과 일치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를 위해 좋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좋은 물건이 나오고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경제를 안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쿠바 등 서너 곳밖에 없다. 시장경제가 다 좋으면 케냐나 브라질도 잘살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시장경제는 제대로 운용해야 잘 먹여 살릴 수 있는 제도다.

시장경제가 잘되게 하려면 정부는 무엇보다 사유재산을 잘 보호해줘야 한다. 열심히 돈 벌어서 은행에 저축했는데 어느 날 누군가 가져가 버린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정부는 또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하도록 하면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잘되게 돼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어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익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한다. 시장은 좋은 것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시험 부정행위를 한다거나 새치기, 끼어들기, 음주운전 등은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만 남에게는 피해를 준다.

공해와 환경파괴, 불법주차, 난립한 간판도 시장실패 사례다. 이런 행위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너무 많이 발생해 시장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여기에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반면 자원봉사를 하거나 집 앞의 눈을 치우는 행위, 교통정리, 도로 건설, 다리 놓기, 치안, 국방 같은 것은 국가가 보조금을 주거나 장려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 정부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

먹고 사는 문제는 결국 시장이 해결해야 하는 몫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우선 정권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게 된다. 국가에 이익이 되더라도 정치적으로 불리하면 실행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표를 가진 사람들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관심사는 승진과 출세에 집중되고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번영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민간에 대해 지시하고 감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부모가 감독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대학생 자녀나 결혼한 성인에게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은 좋은 것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일을 안 하는 정부가 아니다. 적은 공무원으로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거대 정부일수록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 정부 만능주의 사고 버려야

시장경제를 위해선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직접 규제하고 시장경제에서 낙오된 취약계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패자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규칙을 공정하게 정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려면 정부가 자원배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익집단의 압력에 영합하거나 굴복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익집단이 머리띠 두르고 목소리를 높여 이익을 관철시킨다면 그 돈은 이름 없고 조용한 소비자들이 내는 것이다.

정부가 이권과 특혜를 창출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거나 결과의 평등만을 추구해서도 시장경제가 성공할 수 없다.

물가안정, 빈곤퇴치, 환경 및 소비자 보호 등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시장기능과 정부기능을 조화롭게 균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정부 만능주의나 시장 만능주의 사고는 금물이다. 특히 공무원들만이 공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정부 만능주의는 정부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한 데서 나온 잘못된 발상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본보 청소년 경제강좌 막내려…“경제시야 넓어졌어요”▼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기획한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가 7일 김종석 홍익대 교수의 열두 번째 강의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2월 19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열린 이번 강좌는 언론사가 주최한 경제 분야 공개강좌로는 이례적으로 긴 3개월 가까이 계속됐다.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연인원 4500여 명이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와 직접 강의를 들었다. 또 동아닷컴(www.donga.com)에 마련된 관련 홈페이지에는 총 24만여 명이 방문해 기사 내용과 강의 자료를 조회했다. 동아닷컴을 통해 제공된 강의 동영상 서비스도 하루 평균 2000여 명씩 모두 16만 명가량이 이용했다.

경기 의정부시 경민여중 3학년 윤도원(尹渡媛) 양은 “중간고사 기간을 제외하고 모든 강의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면서 “학계 기업 연구소 등 경제 각 분야의 권위 있는 분들이 살아 있는 내용을 설명해줘 학교 공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멀리 지방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학생과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전남 순천시 연향동에 사는 주부 이복심(李福心·42) 씨는 “강의를 듣기 위해 매주 토요일 서울로 올라왔으며 열두 번의 강의를 통해 경제를 보는 시야가 한결 넓어진 것 같다”면서 “이런 강좌가 지방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의 내용이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보도되면서 대학교수와 기업인들은 “한국경제의 기본원칙인 ‘시장경제’를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 “반(反)시장정서 및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꼭 필요했던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동아일보 경제부에는 강의 내용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자는 출판사들의 요청도 잇달았다. 이에 따라 본보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강의 내용을 더 충실히 보완·정리한 책을 펴낼 계획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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