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외국인학교]영어는 So Good!…

  • 입력 2005년 3월 14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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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의 정문에 도착하자 체육 수업 중이던 한국계 여학생(7)이 반갑게 달려 나왔다. 운동장에서 교사와 함께 훌라후프, 공 등을 갖고 자유롭게 운동을 하던 6, 7명의 초등학생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방과 후나 점심시간에 클럽을 만들어 축구 하키 발리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예체능을 익힐 수 있다.

영어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외국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면서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의 외국인학교는 44곳. 대만계가 19곳으로 가장 많지만 정원 5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대부분이다. 18곳인 미국계 학교는 학급 정원이 10∼20명이다.

외국인학교는 자체 시험을 통해 연중 선발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유명 학교는 시험이 어렵고 부모가 영주권자여야 하는 등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기관에서 학력 인증을 받은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교사는 미국 또는 캐나다의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영어로 수업하기 때문에 영어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초등 2학년생 아들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이미경(34) 씨는 “초등 3학년까지 영어를 확실히 익힌 뒤 국내 학교로 옮겨 한국 인맥도 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목 수가 적은 대신 심도 깊게 가르친다.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의 기본 과목은 영어 사회 수학 과학 컴퓨터 등 5개이지만 과학 과목은 생물은 6학년 때, 지구과학은 7학년 때 등 한 분야를 1년 동안 다룬다.

선택 과목은 다양하다. 한국외국인학교의 경우 기본 과목 한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중등 과정) 외에 음악 미술 컴퓨터 작문 연극 비디오제작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마련해 놓았다. 음악분야만 해도 오케스트라 합창 밴드 등으로 다양하다. 학급 인원이 적고 창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육방식도 다르다.

‘우리 아이 외국인학교 보내기’의 저자 이경주(45) 씨는 고교 1년생인 딸의 영어 숙제를 보고 놀랐다. 미국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고 학생 자신이 신문기자가 돼 그 사건을 취재한 뒤 신문을 만들라고 한 것.

이 씨는 “노인의 사투를 실감나게 전하려면 책을 꼼꼼히 읽고 상상력도 발휘해야 했다”며 “청새치의 종류, 습성, 생김새는 물론 바다의 특성에 대해서도 꼼꼼히 조사했다”고 말했다.

딸을 미국 대학에 보낸 이 씨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토플 등을 준비하지만 보통 대입 직전 2년 동안만 공부에 매달린다”며 “국내에 비해 입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김수정(48·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아들은 국내 대학에, 미국에서 낳은 딸은 외국인학교에 보낸 경우. 김 씨는 “아들을 위해 월평균 200만∼300만 원의 사교육비를 들였는데 얼마나 유익한 공부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딸(16)은 주 1회 배우는 플루트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 대비한 공부가 전부. 김 씨는 “아이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여기는 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외국인학교는 대부분 소규모여서 시설은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모(38·서울 서초구 잠원동) 씨는 지난해 1년 동안 서울의 한 국제학교에 딸(15)을 입학시켰다가 다시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딸이 “미국 공립학교보다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며 자주 불평했기 때문. 운동장이 없어 학교 옥상이나 한강둔치에서 운동하는 경우도 잦았다.

또 최근 내국인이나 시민권, 영주권을 가진 한국계 학생 비율이 90%까지 늘어나자 외국인들의 불만도 크다는 것. 외국인학교의 한 관계자는 “한국계 학생이 절반을 넘으면 문화적으로 한국화하기 쉬워 순수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학부모들이 외국인 학생에게 공부를 잘하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인지를 꼬치꼬치 물어 외국인 학부모가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

‘다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부담이라고 한다.

백모(16·서울 중구 명동) 양은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면 ‘한국인이 왜 영어를 쓰느냐’거나 심지어 ‘원정 출산을 했느냐’고 묻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부터 외국인학교에 다닌 신혜정(34·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는 “생활방식이 다르다 보니 한국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진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내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외국인학교 현황(중고교 기준)
학교등록금
(1년)
원서 접수
(9월 학기)
과목
한국
외국인학교
2000만 원1∼5월 말 수학, 과학, 영어, 사회, 문학,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고등학교는 저널리즘, 오케스트라, 스튜디오 아트, 스피치, 작문, 비디오제작, 합창단 등 선택 과목)
국제
크리스천
학교
1000만 원2월∼4월 15일
(평균 2∼3년 대기.
성적이 월등하면 유리)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 외국어
한국켄트
외국인학교
1600만 원(부대비용 포함)4월에 재학생 신청 끝난 뒤 5월부터 신규 접수 시작(대기자 신청 빨리 하는 게 유리).수학, 과학, 영어, 사회, 체육, 미술, 컴퓨터(고등학생은 미술, 워드 프로세싱, 컴퓨터 등 선택 과목)
서울
국제학교
1800만 원1월∼4월 15일
시험 결과에 따라 합격자 발표(성적순 입학).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고등학생은 드라마,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선택 과목)
대전
국제학교
1700만 원1월∼4월 말
(기숙학생은 3월까지
접수하는 게 유리)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 외국어
부산
국제학교
1800만 원수시 모집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
스쿨버스비 150만~200만 원 등 연간 200만~400만 원의 부대비용등은 별도.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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