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5개월…性구매男 재범 막을 장치없어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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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의 근본 취지는 성매매 자체를 근절함으로써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착취, 인신매매, 인권침해 등을 없애자는 것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성구매 남성들에 대한 적절한 사법처리를 통해 재범을 막거나 성매매를 예방하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교정할 수 있는 조치 없이 이전에 비해 벌금 액수만 높인 경우가 사법처리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대적 단속, 대부분 벌금 처분=특별법 시행 이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인신매매범과 포주에 대해서는 윤락행위방지법에 따라 엄벌했다. 하지만 성구매 남성은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하거나 여러 번 적발돼도 벌금 30만∼50만 원으로 약식기소하는 게 고작이었다.

특별법은 인신매매범과 포주를 엄벌함은 물론 성구매 남성들을 처벌하되 단순히 형량을 높이기보다는 보호처분으로 치료와 상담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적발된 특별법 위반 사범 1322명 가운데 벌금형(대부분 100만원)으로 약식기소된 사람이 1109명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성구매 남성 중 보호처분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단체 책임자는 “보호처분을 활성화해 성구매 남성들의 의식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재범률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재범 통계가 마련되고 범법자들의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보호처분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 정비, 보호시설 마련 서둘러야=성구매 남성들에 대한 보호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관련 제도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데다 이들을 위한 상담 및 치료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성구매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들과 같은 기관에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도록 돼 있는 특별법의 보호처분 규정이 문제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이 규정대로라면 산부인과 등 성매매 여성들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성구매 남성들의 정신질환 등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호처분을 시행할 기관이나 프로그램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치료위탁의 경우 담당 부처가 어디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성구매 남성을 치료할 병원은 지정조차 돼 있지 않다.

특별법에는 여성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 가운데 법원이 치료기관을 정하도록 돼 있지만 여성부는 “치료위탁 처분이 먼저 내려져야 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상담위탁도 이를 시행할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고 감호위탁을 담당할 기관은 아예 없다. 지금으로선 법무부가 운영하는 보호관찰 제도와 사회봉사 및 수강 명령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전부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의 보호처분 등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고 관련 시설 등을 마련하지 않는 한 특별법의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미국에선 이렇게 한다▼

외국에서도 성매매 억제를 위한 전통적인 정책은 주로 성매매 여성에게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성 구매 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성 구매 남성에 대한 규제와 처벌, 교육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공급자(여성)뿐 아니라 수요자(남성)에 대한 제재가 함께 시행되는 것이 성매매 근절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의 전환 덕분이다.

1999년 스웨덴에서는 성 구매 남성을 처벌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에 영향을 받아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도 거리에서 성을 사려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캐나다에서도 성 구매 행위를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성 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일명 존 스쿨)’은 대표적인 성 구매자 중심의 성매매 억제 프로그램이다. 1995년 1월 샌프란시스코 시가 처음 실시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 교육의 명칭은 성 구매 남성 대부분이 경찰에 적발될 경우 자신의 이름을 존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됐다.

존 스쿨은 성 구매 초범자를 주 대상으로 기소 전에 8시간의 교육을 실시한다. 성매매 경험 여성들이 주로 강사로 나서 성매매로 인한 피해 등을 강의하고 토론한다. 500달러(약 60만 원)의 비용을 남성에게 부담시키고 그 돈으로 성매매 여성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재투자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995년 한 해 동안 이 교육을 수료한 2000명의 남성 가운데 18명만이 재범으로 체포됐다. 이 교육이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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