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노총 어디로 가나…“노동운동 썩었다”비난 빗발

  • 입력 2005년 2월 2일 17시 55분


코멘트
텅빈 민노총 본부2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본부는 전날 난투극으로 무산된 임시대의원대회 후유증 탓인 듯 자리를 비운 직원이 많았다. 변영욱 기자
텅빈 민노총 본부
2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본부는 전날 난투극으로 무산된 임시대의원대회 후유증 탓인 듯 자리를 비운 직원이 많았다. 변영욱 기자
민주노총의 임시대의원대회가 시너까지 등장한 난투극으로 끝남에 따라 민주노총이 출범 10년 만에 최대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서 폭력 세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민주노총이 제도권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극력 세력들을 정리하고 가야 할 시점이 된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진로=이수호(李秀浩) 위원장 집행부는 지난달 2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일부 극렬 조직에 밀려 노사정(勞使政) 대화 복귀에 실패함으로써 지도력에 큰 타격을 받았다.

노사정 대화에 반대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과 일부 극단 세력의 난동으로 언제든지 의사 결정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집행부에 큰 부담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나 집행부 전체가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이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가 민주노총 출범 후 처음으로 집권한 데다 산하에 최대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섣불리 퇴진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2일 “특정 집단의 폭력 행위로 민주 질서가 무너진 만큼 위원장과 집행부가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중앙집행위원회 등을 거쳐 위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포함해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내부 기강 확립의 계기로 삼고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에서 노출된 특정 극렬 조직의 폭력성에 사회적 지탄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노사정 대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이 위원장 체제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번 폭력 사태를 주도한 핵심 세력은 ‘노사정담합·사회적합의주의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 멤버들. 지난해 8월 결성된 이들은 ‘역사를 생각하고 계급을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를 거부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해고노동자 조직을 포함해 20여 개의 각종 노동자 관련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폭력 사태를 일으킨 대의원과 조합원들을 중징계하고 임시대의원대회 진행 방식 등을 바꿔 25일경 노사정 대화 복귀를 재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회가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는 완전히 물 건너가고 민주노총은 예고대로 총파업을 향해 치달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전망이다.

▽쏟아지는 비판=1일 밤 대의원대회가 끝난 뒤 서울 영등포 구민회관 대회장을 나서던 한 대의원은 기자에게 “노동운동이 이렇게 추악하게 썩었을 줄 몰랐다”며 “민주주의 원칙이나 노동운동의 명예는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적 도리까지 모두 실종된 대회였다”고 말했다. 또 한 대의원은 “투쟁을 함께 맹세한 동지들을 향해 시너를 뿌리고 학생까지 동원해 폭력을 사주하는 비인간적인 행태가 너무 슬프다”고 자탄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민주노총 폭력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