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시 “고래고기 식당을 어찌하오리까”

  • 입력 2005년 1월 2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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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부터 6월 24일까지 울산에서 개최되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를 앞두고 울산시가 고래 고기 전문식당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최근 “울산에 고래 고기 전문식당이 10여 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어난 50여개에 이르는 것은 IWC가 1986년부터 금지한 포경(捕鯨)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문제를 제기한 때문.

울산시는 “이들 식당은 다른 고기와 함께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검찰의 지휘를 받아 합법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고래 고기 식당 문제를 쟁점화 할 경우 IWC 총회를 계기로 ‘생태도시 울산’을 홍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전 사무총장 존 프리젤(고래보호운동가) 씨는 최근 울산시청을 방문해 “식당에서 고래 고기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다”며 “IWC 총회 개최도시에 걸맞게 울산시가 고래보호운동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환경운동연합도 18일 고래보호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3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그린피스 소속 선박인 ‘레인보우 워리어 2호’로 인천∼부산∼울산까지 운항하면서 고래보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용 기획실장은 “고래 고기 식당에서 유통되는 고래의 출처에 대해 관계 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월 장생포에 들어설 고래박물관에는 포경선을 비롯한 포경장비들이 전시될 예정이어서 울산이 ‘반(反) 생태도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 남구청은 IWC 총회를 앞두고 고래를 재료로 다양한 식단을 개발해 TV광고로 전국에 소개하는 등 고래 고기 특화사업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울산과 고래=1899년 러시아가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기지로 울산 장생포를 선정하면서 고래잡이 전진기지가 됐다. IWC가 고래보호를 위해 상업포경을 금지한 1986년까지 장생포항에는 포경선 50여척이 국내 고래 소비량의 80% 이상을 충당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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