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술지 HBR “직장인 두뇌가 혹사당하고 있다”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18분


코멘트
대기업에 근무하는 A 부장.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e메일을 읽고 있다. 동시에 전화를 받으며 무릎을 위아래로 까딱까딱 흔든다. 간간이 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커피잔을 입에 가져간다. 이런저런 일에 치여 약속시간이 15분이나 지난 것도 모르고 있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마음만 바빠 집중은 안 되고…. 혹시 당신의 모습은 아닌지.

세계적인 경영학 저널(학술지)인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1월호는 이처럼 ‘주의력 결핍 성향(ADT·attention deficit trait)’을 보이는 직장인이 미국에서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늘 마음이 어지럽고 충동적이며 조급해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적으로 일을 하거나 시간을 안배하는 데 서툴고 실수가 잦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술의 발달 때문.

글을 기고한 정신병리학자 에드워드 핼러웰 씨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비롯해 각종 첨단 기기들이 엄청난 데이터를 쏟아내면서 인간의 두뇌가 혹사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부분 조직의 평가시스템이 과다한 업무인 것을 알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직원을 더 높게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한몫한다.

증상을 줄이려면 두뇌의 용량을 생각해서 일을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죽 적어 놓은 후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고 자잘한 일은 다음으로 미룬다. 또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

HBR는 ADT에 가장 잘 대응하는 사례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SAS연구소를 들었다. 회사 내에 체육관과 최고급 육아시설, 건강검진센터가 있다. 질병 휴가는 무제한이고 하루 7시간만 근무한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禹鍾敏) 교수는 “ADT는 병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지식노동자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다”며 “두뇌에도 쉴 틈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