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 경찰발표-남는 의문점

  • 입력 2004년 11월 23일 0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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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과 관련해 ‘대물림’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으나 경찰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해 조기 봉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2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대물림이나 브로커 개입, 학부모 사전인지 등에 대한 각종 ‘설(說)’이 떠돌고 있으나 아무 근거가 없다”며 이에 대해 더 이상 수사할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러 정황들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의문은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대물림’ 없었나=광주 동부경찰서 김영월(金永月) 수사과장은 이날 “대물림의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조사대상자의 진술도 ‘모른다’거나 ‘그렇다더라’ 등 루머 수준일 뿐이어서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발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학 1학년생 7명이 광주 북구 용봉동 H고시원에서 일명 ‘도우미’ 관리역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이들이 과거 수험생이었을 때 비슷한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광주시교육청 등의 인터넷사이트에는 가깝게는 지난해 수능에서부터 멀게는 10년 전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부정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브로커는 없나=경찰은 “우선 모금액 사용처 확인 결과 범행에 필요한 소요자금으로 대부분 지출된 데다 외부로 흘러 나가지 않았다”며 브로커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수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완전 실패로 돌아갔을 정도로 치밀하지 못했다”며 “가담자가 너무 많고 조직 체계가 허술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그동안 “대학생 가담자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달리 새롭게 대학생 7명의 존재가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이번 사건에 가담한 이유와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왜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부모는 정말 몰랐나=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학부형 개입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그런 정황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녀들이 큰돈을 요구했을 때는 뭔가 의심이 가지 않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경찰은 “고3 수험생 자녀가 공부하는 데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이유를 꼬치꼬치 묻거나 거절할 부모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게는 1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낸 수험생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학교는 모르고 있었나=광주 A고의 한 수험생은 22일 “9월 중학교 동창생으로부터 이번 시험부정에 동참할 것을 제의받았다가 고심 끝에 ‘빠지겠다’고 말한 뒤 교무실에 불려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담자가 있는 몇 개의 학교 관계자들이 최소한 학생들과의 접촉 또는 제3자의 제보를 통해 이번 사건이나 유사한 부정행위 모의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범행주도 핵심멤버 7명 불량서클 '일진회' 소속▼

광주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의 주동자인 22명 가운데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한 핵심 멤버는 모두 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첫 제보자는 수능 전날인 16일 밤 이들 7명의 명단을 경찰에 넘겼으며 이것이 이번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22일 광주 동부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 S고 3학년 이모군(19) 등 7명은 모두 같은 중학교 동창 사이. 친구들 사이에서 주먹 잘 쓰기로 소문난 불량서클 ‘일진회’ 소속 학생들로 일부는 학교 폭력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첫 제보자는 처음에 경찰과의 접촉을 상당히 불안해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수능 응시에 지장이 없도록 안전을 보장할 것과 가족에게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제보 조건으로 내세웠다”면서 “혹시라도 자신의 신분이 밝혀져 보복받지 않도록 신분과 관련해선 절대 함구해줄 것을 거듭 부탁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또 “제보하는 것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지만 이들 때문에 선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제보를 하고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제보자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모두 6개 고교에 흩어져 재학 중이던 핵심멤버 7명은 수능에 자신이 없어 시험 몇 달 전부터 부정행위를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원을 모으는 ‘수집책’ 역할도 도맡아 했다.

‘중계 도우미’를 맡았던 30명 가운데 한 명인 모 고교 K군(17)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동자에 속한 ‘일진회’ 선배들의 요구에 따라 친구와 함께 중계 도우미를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핵심멤버 7명은 검거된 직후 수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해 경찰이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가담 학생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결국 이들 7명이 뒤늦게 입을 열어 ‘수능 괴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광주=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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