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해양大 울산이전 신중해야

  • 입력 2004년 11월 17일 2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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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가 최근 울산 이전 계획을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양대는 해사대학과 해운 물류 해양생명학과를 제외하고 공대 국제대 등 단과대학과 대학본부를 울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15일 교육인적자원부에 전달했다.

이 방안에는 울산에 이전할 경우 인문 경영 예술 한의 교육대 등 단과대를 추가 개설하고 부산캠퍼스는 해양과 항만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가에서는 해양대의 이 같은 ‘투 캠퍼스 전략’에 대해 내실을 다져 교육수준을 끌어 올리려는 추세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전 계획은 사실상 해양 분야만 부산에 떼어놓고 울산에 새로운 종합대학을 건설하겠다는 의도다. 두 캠퍼스의 거리나 성격을 봐도 도저히 같은 대학으로 보기 힘들고 캠퍼스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양대는 신입생 모집 때 해양 분야를 빼면 일반학과의 지원이 저조하고 일부 미달사태까지 빚어왔다. 이 때문에 울산시가 국립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해양대가 대규모 종합대학으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육부도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 울산지역 국립대 신설을 고려해 해양대의 이전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입장이다.

한 때 울산 이전을 추진했던 부경대의 목연수 총장은 “일부 동문과 교수들의 반대에다 학생 모집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이전을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또 울산시 신동길 혁신분권담당관은 “해양대가 아직 접촉을 해오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다”며 “국립대의 이전보다 신설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양대는 울산시와 협의도 안 된 상태에서, 그것도 울산시가 이전보다는 대학 신설을 원하는 상황에서 이전 계획을 덜컥 발표한 셈이다.

해양대는 미묘한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덩치 키우기’ 식의 이전보다는 해양 분야를 보다 더 집중 육성하는 계획부터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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