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은 청소년들 性매매 유혹 무방비… 상반기 40%급증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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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성매매 유혹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6월까지 성매매로 적발된 청소년은 1453명으로 지난해 6월까지의 1052명에 비해 40%나 급증했다.

특히 방학을 맞아 평범한 중고교생들도 성매매의 늪에 빠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태=최근 ‘버디버디’ ‘스카이러브’ 등 100여개의 인터넷 채팅 공간과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는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다. 필요하면 수영복까지 사주겠다‘는 식의 ‘묻지마 바캉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방학 동안 늘어난 가출 청소년들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출카페’도 공공연하게 성을 사고파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에서 5년 동안 상담을 해 온 김주영씨(33)는 “티켓다방 등에서 이뤄지는 청소년 성매매는 줄어들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방학기간에 성인들과 휴가를 다녀온 청소년들이 협박이나 임신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전화가 일주일에 30통 이상 꾸준히 걸려온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들도 “평범한 여고생, 여중생들이 심심찮게 성매매로 적발된다”며 “인터넷 성매매는 아무리 단속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원인 및 대책=전문가들은 특히 방학 중 청소년 성매매 증가의 원인으로 미디어에 나오는 화려한 휴가문화와 이를 모방하려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꼽는다.

청소년 성매매가 빈번해지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죄책감이 약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허술한 처벌근거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 현행법상 실제 미성년자들과의 성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성매매를 원한다는 게시판 광고나 채팅만으로는 당사자를 처벌할 수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9월 23일부터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성을 사고팔겠다는 글만 올려도 조사대상에 포함되고 상습적인 알선조직의 경우에는 처벌도 가능해지므로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단 성매매의 유혹에 빠진 아이들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발방지 대책도 허술하다.

현재 청소년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아이들은 단순히 보호처분을 통해 형식적인 교육을 받은 뒤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다시 성매매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청주대 표갑수(表甲洙·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의 윤리의식 타락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보다 돈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대안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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