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눈보라 심해 몇m앞도 안보여

입력 2003-12-09 00:03수정 2009-09-2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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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남극 한국세종기지 대원들이 실종됐으며 일부 대원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박영석 대장을 비롯한 우리 남극점 탐험대원들은 남극의 블리자드(blizzard·강한 눈보라)의 공포를 실감했다.

지난달 28일 칠레 푼타아레나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장순근 박사(57)가 떠올랐다. 그는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세종기지(88년 2월 준공)가 세워지기 전인 1985년부터 남극을 드나들며 세종기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남극 지킴이. 4차례나 세종기지 월동대장을 지냈으며 이번에도 생물학자, 얼음 전문학자 등을 이끌고 세종기지에 간다고 말했었다. 당시 장 박사는 “남극은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했는데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세종기지는 남위 62도13분에 위치한 킹조지섬에 있다. 8일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남위 79도59분의 허큘리스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수십km 떨어진 곳. 대원들의 방한모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릴 정도로 춥다. 추위도 추위지만 바람이 너무 세차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 백야 현상으로 환한 오전 2시, 바람 때문에 텐트가 안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밖에 나가 풍항계로 풍속을 재 보니 순간풍속이 초속 20m가 찍혀 나왔다. 눈이 날려 고글안경은 무용지물이고 입과 코 주위로 금방 고드름이 달라붙었다. 눈보라가 심하면 바로 몇m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며칠간 계속된다. 그때는 있던 자리에 그냥 있으면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대륙엔 기준으로 삼을 만한 지형지물이 적어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일정지점을 비행기로 이동할 때 비행 예정시간도 알기 어렵다. 5시간부터 10시간 이상 걸린다고 대답하는 게 보통. 이처럼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남극 기상이 악화되면 다시 돌아오다가, 기상이 좋아지면 또다시 기수를 돌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남극은 정말 무서운 곳이다. 그러나 우리 남극점 탐험대원들은 내년 1월 25일 반드시 남극점에 도착할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허큘리스(남극)=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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