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私교육만 있나…서울 고교생 72%가 사교육 받아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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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급속히 확산돼 서울지역 고교생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별 사교육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金良粉) 박사팀이 올해 7월 전국 126개 인문계 고교 2년생 8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1%가 “과외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교육을 받는 고교생의 비율은 1997년 32%에서 2000년 39.8%, 2001년 48.3%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서울 등 대도시와 농어촌 및 중소도시간 인구비율을 감안하지 않고 실시된 것이어서 사교육을 받는 고교생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은 서울이 72.4%로 읍면지역(24.8%)의 3배가량이어서 지역에 따라 사교육 불평등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등 광역시의 경우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이 58%, 지방 중소도시는 45.2%였다.

사교육비 역시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월 34만7000원이지만 서울 48만3000원, 광역시 30만7000원, 중소도시 29만9000원, 읍면지역 28만원 등으로 대도시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고교평준화지역 학생의 60.9%, 비평준화지역 학생의 32%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는 고교평준화가 대체로 대도시에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교과별 사교육 비율은 수학이 40.9%(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고 영어 29.3%, 국어 18.1%, 과학 11%, 예체능 5%, 사회 3.5% 등의 순이어서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에 사교육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유형(중복 응답)은 학원수강 60.3%, 개인과외 32.1%, 그룹과외 15.5%, 학습지 7.6%, 인터넷학원 3.4% 등의 순이었다.

통계청의 올 2·4분기 가계소비지출 조사에서는 대부분 항목의 지출이 줄었지만 교육비 지출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학부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녀 교육비만큼은 줄이지 않고 있다”며 “가정경제를 위해서라도 공교육을 활성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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