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기합 시달린 이등병 자살, 인권委 국방부에 수사요청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53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金昌國)가 군 복무 중 사망한 이등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군 관계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현재 인권위에 접수된 41건의 군의문사 관련 진정사건 중 첫 결정이다.

인권위는 2001년 2월 휴가를 나왔다가 자신의 집 근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이모 이병(당시 22세)의 아버지(53)가 같은 해 11월 육군 모부대 대대장 등 10여명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과 관련, 이 이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윤모 소령(당시 작전장교)에 대한 수사를 국방부장관에게 의뢰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이병은 2000년 10월 입대 후 12월 육군 모부대에 배속된 뒤 연병장에서 2시간 동안 팔굽혀펴기와 구보를 하던 중 가슴통증을 호소했으나 진료를 거부당했고 2001년 2월초에는 내무반에서 대답이 없다는 이유로 김모 병장에게 머리 부분을 2회 구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작전장교였던 윤 소령은 이 사건 이후 이 이병에게 폭행 유발자라는 이유로 진술서를 강요하다 이 이병이 이를 거부하자 26㎏에 달하는 군용차량 폐타이어를 목에 걸고 2시간 정도 연병장을 돌게 했다는 것.

인권위는 “대학 재학 중 입대한 이 이병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으며 군생활 적응도가 떨어지는 보호 사병임에도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지휘관들도 과도한 기합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절망감을 느껴 자살을 택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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