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 인사적체 심하다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21분


충남도 공무원인 A씨(45)는 1983년 7급 공채로 들어와 1992년 6급(주사)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주사에 머물러있다. 직장에 들어온 지 20년이 지나도록 단 한차례만 승진한 셈이다.

이는 인근 대전시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은 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대전시 B씨(45)는 이미 5년 전 5급(사무관)으로 승진했다. B씨는 A씨를 만날 때마다 “계장님이라고 부르라”고 농담하곤 한다.

충남도 공무원들의 인사적체가 극심해지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충남도 직장협의회에 따르면 평균직으로 7급에서 6급으로, 그리고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행정직의 경우 11년, 기술직의 경우는 14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매년 늘어나던 조직 규모가 1998년 이후 구조조정으로 3국 11과 7개 사업소, 정원은 636명으로 축소되면서 승진할 ‘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 이 기간 191명의 증원이 있었으나 소방직(140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인사교류가 사실상 막힌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직장협의회측은 고위 퇴직공무원들의 ‘자리 욕심’도 인사 적체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 단체에 따르면 충남도 8개 산하단체의 요직에 포진한 고위 퇴직공무원은 모두 13명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8년 가까이 일부가 4년이상 장기 재직중이다. K씨의 경우 충남도체육회에서 7년 7개월째, 또 다른 K씨는 충남도운수연수원에서 4년 8개월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 7500여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들은 “퇴직공무원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정년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직장협의회측은 이에 따라 퇴직공무원들이 산하단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게 하는 원칙을 도입할 것을 도에 요청했다. 또 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고속 승진하는 관행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 정복회(鄭福會)회장은 “선배들에게 길을 터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고육지책이지만 조직의 동맥경화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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