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계좌추적 영장 162건중 129건 기각

  • 입력 2002년 9월 19일 00시 0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16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지법과 고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서울지법은 “검찰이 4일 한꺼번에 162건의 계좌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며 “이 중 33건을 발부하고 129건은 기각했다”고 밝혔다.

고현철(高鉉哲) 서울지법원장은 “법원이 기각한 129건의 영장은 소명 부족 등 발부 여건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자료가 공개되자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검찰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162건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며 검찰이 무분별하게 영장을 청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심규철(沈揆喆) 의원 등도 “일반적으로 법원의 압수영장 기각률이 2%도 안 되는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 드러났다”며 “검찰이 계좌추적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정현태(鄭現太) 3차장은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14명과 가족들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 이중 7명과 가족에 대한 압수영장 33건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명확히 밝혀진 인물들이 아니라 의혹이 제기되거나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계자들을 스크린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며 “사건을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등의 도움을 받아 영장이 발부된 계좌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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