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복권 공화국' 정부-산하기관 너도나도 참여

입력 2001-09-05 18:33수정 2009-09-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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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에서는 ‘파워볼’ 복권 때문에 국민 전체가 떠들썩했다. 1등 당첨자가 17주째 나오지 않아 당첨금액이 2억8000만달러(약 3600억원)로 불어난 상태에서 당첨자가 나온 것. 로토(lotto)방식 복권은 거액의 당첨금 때문에 1∼2년에 한번씩 미국 사회를 뒤흔들곤 한다. ‘복권 열풍’에서는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종이식 복권만 14종류인데다 민간업체의 인터넷 복권을 합치면 30종이 넘는다. 최고 당첨금액도 40억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올해 5000억원인 복권시장 규모는 내년에는 1조원으로 급팽창(한국레저산업연구소 추정)할 전망이어서 ‘복권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지경. 》

이는 ‘마약성 복권’이라 불릴 만큼 중독성이 강한 인터넷 즉석복권 및 로토식 온라인복권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 복권사업 경쟁의 선두에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있다.

인터넷 즉석복권이란 인터넷을 통해 복권을 사서 즉석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한번 빠진 사람은 매일 찾게 된다.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한 민간복권업체의 회원은 4개월 새 6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방식의 복권은 제주도가 올해 초 처음 발행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도 내년 인터넷 복권 발행을 목표로 최근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눈치를 보고 있던 중소기업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지방재정공제회 등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국전자복권 우경제 팀장은 “새로 창출될 시장만 2000억∼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더욱 주목하는 것은 앞서 미국의 예에서 본 로토 사업. 전용단말기에서 49개 숫자 중 6개를 본인이 직접 고르는 것으로 훨씬 흥미진진하며 당첨자가 잘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엄청난 규모로 누적되곤 한다. 일단 도입되면 기존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기 때문에 시장판도를 바꿔놓을 ‘핵폭탄’으로 통한다. 현재 이 방식은 전 세계 복권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다.

현재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등 7개 정부기관이 주택은행을 운영사업자로 정해 연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한 상태. 주택은행 엄주필 차장은 “온라인 발급이라는 점에서 체육 복표와 유사하지만 흡인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체간 수주전도 치열해지고 있으며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6월 인터넷 복권업체의 한 직원이 경쟁업체 경영진의 e메일 주소를 해킹해 사업제안서 내용을 빼내려다가 발각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배후에 고위 정치권이 자금을 대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고 다니는 경우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넷 복권의 경우 보안문제가 아직도 미비한 상태이며 미성년자들의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레저산업에서 사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1.4%로 높은 상태에서 인터넷 복권까지 등장하면 전 국민의 도박화가 될 우려가 높다”며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가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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