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은 일본 젊은이 본보기"…모리총리 빈소 조문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3분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던진 한국 유학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일본 도쿄(東京)시내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李秀賢·27·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 중)씨의 영결식이 29일 낮 12시 이씨가 유학 중이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에서 학교장으로 열렸다. 불교식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10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를 비롯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 등 각료들도 찾아와 이씨의 명복을 빌었으며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 등 정재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오기 지카게(扇千景) 국토교통상은 이씨의 용감한 행동을 기리는 감사장을 보냈으며 도쿄경시총감도 감사장과 메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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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총리는 이씨 부모에게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라고 들었는데 의로운 일에 목숨을 잃게 돼서 안타깝다”며 “이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일본 젊은이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가르치겠다”며 위로했다.

가토 전 간사장은 “한일간에 과거 좋지 않은 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길러준 이씨의 부모님에게 감동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오키 쇼지로(靑木昭二郞)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 교장은 “일본인들은 이씨가 보여준 용기와 마음을 갖지 못해 부끄럽다. 이번 죽음이 헛되지 않고 한일간 우호관계를 쌓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의 최병렬(崔秉烈) 박원홍(朴源弘)의원과 일본에 체류 중인 박찬종(朴燦鍾)전의원, 김정숙(金貞淑) 전 쓰쿠바대 교수도 빈소를 찾았다.

영결식이 끝난 뒤 이씨의 유해는 인근 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이씨 부모는 오후 7시 아들의 유골을 들고 사고현장인 신오쿠보(新大久保) 전철역을 찾아가 노제를 지내며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랬다. 한일문화교류회의 합동운영위 참석차 일본에 온 지명관(池明觀)한국측 위원장과 서연호(徐淵昊)고려대교수, 정구종(鄭求宗)동아일보사 이사 등은 현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조의금을 전달했다.

이씨의 유골은 30일 낮 고향인 부산으로 옮겨진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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