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돈 소송 전망]검찰 "한나라 재산 實査"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정부가 한나라당 등을 상대로 낸 안기부 돈 940억원 국고환수 소송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소송 준비작업에 나섰다.

서울고검 송무부(김영철·金泳哲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와 국가정보원에서 940억원의 국고수표 자료와 안기부 예산 회계장부 등을 넘겨받기로 했다.

검찰은 예산집행에 사용되는 국고수표가 신한국당에 넘어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는 관행상 국고수표를 관리계좌(세탁계좌)에 넣고 여기서 일반수표를 꺼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관리계좌에 정치자금 등 다른 돈이 들어가 있었다면 국고수표를 이 계좌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예산전용으로 바로 연결될 수 없다”는 한나라당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안기부 관리계좌에 예산(국고수표) 외에 다른 돈이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검찰의 과제로 보인다.

또 1∼2심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가압류 가처분 등 재산보전 처분 신청을 낼 경우를 상정해 한나라당의 재산내용을 정밀 실사할 방침이다. 99년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한나라당의 재산은 동산과 중앙당사 등 부동산을 합쳐 총 1293억여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한나라당이 신한국당의 권리 의무를 승계했다는 정부의 법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한나라당을 같은 당 강삼재(姜三載)의원의 ‘사용자’로 보고 연대책임을 물은 데 대해 법률적인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도 검찰의 몫이다.

검찰은 한나라당측이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할 것에 대비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원고인 정부측 변호인을 별도로 선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은 검찰 수사결과와 다른 사실이나 증거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강의원이 법정에서 안기부 돈의 조성 경위 및 전달과정에 대해 기소 내용 이외의 사실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수배중인 당시 신한국당 재정국장이었던 조익현(曺益鉉)전 의원이 재판 도중 검찰에 출두하거나 붙잡혀 법정에서 상세한 자금 전달 경로를 얘기할 수도 있다.

특히 이들의 ‘입’에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나 차남 현철(賢哲)씨와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말’이 나올 경우 또 다른 정치적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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