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앞둔 부하가 선 빚보증도 뇌물"… 대법판결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35분


구약(舊約)시대의 뇌물사범은 생리중인 여자와의 간통 및 강간범과 똑같은 처벌을 받았다. 뇌물을 ‘사회의 순결’을 더럽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

대법원 제2부는 최근 판결(1월5일)에서 뇌물의 ‘내용’에 대해 주목되는 판결을 내렸다. 진급을 앞둔 부하 장교에게 자신의 은행 대출금 1000만원의 연대보증을 서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OO사단 신모 중령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유죄(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빚 보증’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에는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이 포함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판결의 주심은 사법부 재산공개에서 꼴찌를 차지한 ‘청렴판사’ 조무제(趙武濟)대법관.

형법은 뇌물의 개념을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형법학자와 판례는 금품 향응 골프접대 등뿐만 아니라 싼값의 부동산 분양, 낮은 이자 등 금융특혜, 시가보다 싼 주식 매매 등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성(性)상납’이나 고액의 축의금 부의금도 뇌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98년에는 한 경찰관이 다방업주가 불법행위를 선처해 달라며 들여보낸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졌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적이 있다.

미국의 판사이자 법학교수인 존 누난은 ‘뇌물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뇌물수수는 돈 많은 자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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