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는 최근 판결(1월5일)에서 뇌물의 ‘내용’에 대해 주목되는 판결을 내렸다. 진급을 앞둔 부하 장교에게 자신의 은행 대출금 1000만원의 연대보증을 서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OO사단 신모 중령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유죄(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빚 보증’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에는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이 포함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판결의 주심은 사법부 재산공개에서 꼴찌를 차지한 ‘청렴판사’ 조무제(趙武濟)대법관.
형법은 뇌물의 개념을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형법학자와 판례는 금품 향응 골프접대 등뿐만 아니라 싼값의 부동산 분양, 낮은 이자 등 금융특혜, 시가보다 싼 주식 매매 등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성(性)상납’이나 고액의 축의금 부의금도 뇌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98년에는 한 경찰관이 다방업주가 불법행위를 선처해 달라며 들여보낸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졌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적이 있다.
미국의 판사이자 법학교수인 존 누난은 ‘뇌물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뇌물수수는 돈 많은 자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