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대혼란]"한푼이라도…" 수익증권 환매러시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연말 자금결제수요가 몰린데다 국민 주택은행 파업으로 돈이 묶이는 등 금융마비 조짐이 보이자 기업들이 자금확보 전쟁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은행 파업이 자금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29일이 자금시장 혼란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 은행 업무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자금시장은 파국을 맞을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의 시중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국민 주택은행 예금을 담보로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자금시장 뒤흔든 은행파업〓기업들은 결제자금과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금 때문에 통상 연말에 자금수요가 많은 것이 사실. 이런 가운데 국민 주택은행에 돈이 묶인 기업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투신사로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투신사에서 사놓은 수익증권을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금을 요청하는 기업 중에는 국민 주택은행 파업으로 시장이 불안해질 것 같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수요도 상당히 가세한 상황이다.

투신사는 이에 따라 기업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내다 팔고 있지만 ‘사자’ 세력이 없어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폭등했다. 실제 오전장에는 잔존만기 7개월짜리 통안증권 수익률이 0.25%포인트 급등한 6.95%에 거래되기도 했다.

국민 주택은행도 파업기간 중 2조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신규자금 유입은 전무해 투신사 등에 맡겨둔 채권 등 유가증권을 매각해 인출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투신사 채권 매각에 따른 금리 상승 및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황보영옥(皇甫永玉)채권운용팀장은 “연말인데다 국민 주택은행 파업으로 자금시장이 엉망이 되고 있다”며 “29일까지 피크를 이루다가 연초부터는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이창복(李昌復)외환시장팀장은 “역외외환선물(NDF)거래가 종료되고 주로 국내기업의 외환결제 수요와 은행 파업에 따른 불안심리로 가수요가 겹쳐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업자금 마련 대책 나선 정부〓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파업기간 3일 동안 어음거래 정지업체수는 22일 32개, 23일 24개, 26일 35개로 평일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결제원 김영택(金榮澤)어음교환부장은 “은행 파업으로 부도업체 수가 늘어난 조짐은 없으며 앞으로도 양 은행 결제시스템 문제로 부도가 날 경우 부도를 유예해주기로 해 부도업체 수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양 은행 업무혼란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어음할인을 통한 소액대출은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 영업점을 이용하도록 하고 다른 은행에서는 국민 주택은행 예금을 담보로 해당 기업에 대출해주도록 지시했다.

또 현재 결제가 되지 않은 수표도 다른 은행에서 우선 받아주고 나중에 국민 주택은행간 정산해주는 방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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