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연기론 대두…"노사양측 부담 2005년 시행을"

  • 입력 2000년 10월 26일 22시 15분


2002년부터 적용되는 복수노조 허용을 3년 가량 유예하는 방안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어 자율적인 노조활동 확대라는 원칙 훼손과 맞물려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노사정위원회 및 노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2005년으로 늦추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올 연말 노사간 중요한 쟁점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노사관계 소위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노사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다”며 “복수노조를 3년 정도 더 유예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으며 노사 양측 모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이정식(李貞植)대외협력본부장은 “어느 사업장의 노조 집행부건 복수노조 허용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고 사업주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재계나 공익위원 중심으로 복수노조 허용 유예 방안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총도 “복수노조의 조기 도입이 노사 양측에 득이 될 게 없다”며 은근히 반기는 입장이다.

단위 사업장별 복수노조는 97년 노동관계법 개정 때 기존 노동조합법의 ‘조직이 이미 설립돼 있는 노조와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엔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삭제됨으로써 법적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당시 ‘결사의 자유’ 보장이라는 국제기준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복수노조 허용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시행 시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자 기업경쟁력 약화나 노노(勞勞)갈등 등의 문제로 노사 양측이 모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또 노사정위 상무위원회 및 노사관계 소위에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각 사업장마다 여건이 달라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교육선전실장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기존노조 입장에서 꼭 좋은 일만 생긴다고 볼 수 없고 사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용노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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