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터뷰]영화관 '주공공이' 리모델링 지휘 양진석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25분


“상업시설은 철저히 ‘재미있게’ 설계되고 지어져야 합니다. 재래식 극장을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집약된 신개념의 영화관으로 변화시키는 작업도 그 일환이고요.”

강제규 감독과 손잡고 구 동아극장을 개조, 4개관 1400석 규모의 복합상영관으로 변모시킨 건축디자이너 양진석씨(35·양진석디자인 대표). 영화는 곧 오락이라고 믿는 ‘엔터테이너’감독, MC와 가수를 겸업하며 건축의 ‘엔터테인먼트화’를 표방한 튀는 건축가의 만남은 그 자체가 ‘작은 사건’이었다. 양씨는 “강감독의 의도를 잘 살려 기능성을 갖추면서도 이용자의 ‘오감’을 즐겁게 하는 테마파크적인 요소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화려한 외관. ‘21세기 노아의 방주’를 디자인 컨셉트로 정해 칙칙한 타일로 도배된 ‘성냥갑’ 모양의 무미건조한 외관을 검은색 대리석과 스테인리스스틸 패널이 부착돼 곡선미가 강조된 ‘배’의 이미지로 바꾸어놓았다. 첨단유행을 주도하는 강남 젊은 세대의 감각에 호소하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적 건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묘책이다.

◀ 복도 개조 전후

또 각 층 상영관을 테마별 공간으로 꾸며 화려한 조명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개성을 강조했다. 특히 화장실에 100여대의 LCD 모니터를 설치, ‘일을 보면서도’ 영화 예고편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건물과 영화에서 모두 ‘재미’를 추구하는 두 사람의 공동 아이디어다. 3개월간의 리노베이션 작업에는 40억원의 예산과 1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양씨는 “최근 다른 극장에서도 리노베이션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죽은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리모델링 작업은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가꾸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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