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7月시행 불투명…정부-醫協 정면충돌 불가피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7월1일 시행이 한달보름 앞으로 임박한 의약분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의사협회가 6월1일부터 3일간 국민의 불편을 부각시킬 목적으로 자체 시범사업 강행을 선언한 가운데 15일 현재까지도 의사들이 분업시행에 앞서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중앙 및 지역협력위원회에 계속 불참하고 있어 분업시행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15일 의사 3진아웃제를 골자로 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의약분업 시행을 당초 일정대로 강행키로 해 의사들과 다시 한 번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런 상태에서 의약분업이 시행될 경우 의료현장에 엄청난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의사협회는 14일 시군구의사회장과 의권쟁취투쟁위원회(신상진·申相珍) 위원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연석회의를 갖고 의약분업 찬반에 대한 기명투표를 실시해 21일까지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최종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7월1일부터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한 뒤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들은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해야 하는 의약분업이 시행되지만 의사들은 ‘서구식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하며 정부의 의약분업안을 반대하고 있다.

▽의협〓 당초 의약분업에 미온적이었던 의사들은 최근 들어 ‘서구식의 철저한 분업’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은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 △전문의약품 비율 확대 △대체조제 금지 △약화사고 책임소재 명확화 △의료보험 수가 현실화 등 5개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의약분업 불참은 물론 무기한 휴진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들은 또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의사와 약사들이 함께 참여토록 돼있는 중앙 및 지역협력위원회에도 불참하면서 약사들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지역협력위는 다빈도 처방 리스트 제출, 의약품 재고관리, 의료기관 분포도 및 배치도 작성 등 의약분업의 필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인데 243개 지역협력위에 의사들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 신의쟁투위원장은 “준비안된 의약분업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적 입장이지만 의약분업 참가여부는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약사회는 의약분업을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정, 전산망과 약품 구비 등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한 약사는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사들은 원외처방전만 발행하면 그만이지만 약사들은 약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 약국이 망하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다빈도 처방리스트를 확보해 환자들이 약을 못구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15일 “의사들이 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약사법 개정을 요구하는데 회원들이 엄청나게 반발하고 있다”며 “다만 의약분업은 의사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므로 약사로서는 현재 의사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개혁의 첫 단추인 의약분업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떤 형태로든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분업은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의사들의 협조가 없으면 의약분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분업을 시행한 뒤 의료계가 주장하는 문제점은 추후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의사들의 비협조와 홍보 및 준비 미비로 의약분업 초기에 환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정용관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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